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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Sep 06. 2023

책을 가져오지 못한 아침

무언가는 쓰고 싶고


가방을 빈 채로 메고 사무실을 나섰다. 추리소설을 빌려다 놓고 얼마 읽지도 못했는데 복도 불을 끄는 직원들을 따라 몇 가지 할 말이 있어 황급히 나선 것이다. 두 캠퍼스를 오가는 일이 있는 날은 경황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저녁 시간은 TV를 보며 때웠는데 이 아침은 덕분에 이렇게 브런치를 들여다보고 구경할 시간이 남았다.


수년간 들고 다니던 핸드백을 던지고 배낭을 메게 된 것이 아마 책을 끼고 다니게 되면서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목적을 둔 공부를 위한 책을 담았다. 그러다가 읽고 싶은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배낭을 선택했는데 모든 것을 넉넉히 품어줬다. 손수건도 화장품도 선글라스도 들여다보면 칸칸이 꼭 필요한 것들이 뿌듯하게 쳐다본다.


예쁜 가죽 배낭은 내용물이 많든 적든 형태를 잡아준다. 그래서 책의 부재를 알아채지 못하기도 다. 지난 오월에 큰 아이가 마련해 준 가방이다. 아침저녁으로 메고 다니는 이른바 출퇴근용 핸드백인 셈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책처럼 배낭처럼 브런치도 늘 내 옆에 끼고 있는 이야기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아침에 브런치나우에서 읽은 글들은 글쓰기를 좋아했고 아주 많은 독서를 했고 3년간 매일 쓰다가 책을 낸 분의 이야기가 있었다. 자기 이야기에 채색을 하고 가치를 입히는 작업이라는 말, 자기만의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말이 다가왔다. 또 한 분의 글은 늘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말이었는데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넘쳐나는 그 마음을 적고서 서랍에만 가득 쌓아 놓는다는 말에 그 글이 보고 싶다고 댓글을 남겼다.


내가 브런치를 선물 받은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처음에는 남몰래 가슴이 두근두근했고 그다음은 그 많은 글들을 읽느라 아주아주 기가 팍 죽었고 부족함을 절절이 깨달았다.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편안하게 진솔하게 당당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그 점이 부족하다. 글도 결국은 그 사람의 성격을 대변한다는 게 드러난 부분이다. 어쩌면 그래서 부지런히 생각을 적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보고 싶은 책을 사무실에 두고 온 날 아침은 또 이렇게 작은 여유도 가져본다. 얼른 내 책이 잘 있는지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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