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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Dec 08. 2023

깜깜한 복도에서 마주친 것

해 지고 불도 꺼지고 


6시를 넘기기도 전에 창밖은 까맸다. 내일 시간을 아끼려면 보던 것을 마저 보아야 했다. 창 너머 앞 방의 밝은 형광등이 보였다. 10명이 넘게 있는 사무실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남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최소 30여분은 여유가 있을 것이다. 내심 기대를 했다. 저 불빛이 꺼지기 전에 가야지.


20여분이 지나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보던 것 마지막까지 보고 가려면 수 분이 더 걸릴듯한데. 문소리 두런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창 너머 앞 방 형광등이 꺼졌다. 복도에서의 소리가 멀어져 갔다. 들여다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쓱 지나간 듯도 하다.


그 맘을 알아차렸나? 밖이 조용해졌다. 팀장도 낮에 조퇴를 했고 몇몇 들여다보며 인사를 하고 간 사람도 있으니 지금까지 남은 직원은 몇 명이지? 바쁜 와중에 그 생각도 났다. 들여다 보기 조심스러웠나? 인사하고 가란 법은 없으니. 그랬나 보다. 복도 불이라도 켜주고 가면 좋겠는데.




창 밖이 더 까매진 것 같았다.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일어섰다. 이런 방을 갖고자 기를 쓰고 올라왔지만 마음도 기를 쓰고 챙겨야 한다. 아마 승진도 혼자 놀고 혼자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졌을 때 시켜줬을 것이다. '우리 때는' 같은 라떼의 추억에 젖어 그 옛날의 과장들과 그 시절을 회상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복도 불은 켜주고 가지. 복도 중간의 화장실 앞 불을 켜고 내 방으로 와서 모바일 출입카드로 문단속 세팅을 했다. 조금 더 걸어가서 엘리베이터 앞 전등과 복도 전등을 켜놓고 화장실 앞 불을 껐다. 엘리베이터가 환한 불빛을 몰고 와서 앞에 서 주었을 때 얼른 가 전등 스위치를 모두 내리고 왔다.


엘리베이터는 1층 홀에 데려다줬다. 12월의 밤공기가 맵지 않았다. 모두가 떠나고 불도 꺼졌는데 바람 불고 춥기까지 했으면 어쩔뻔했나. 혼자 남아 서운했던 건지 그 홀로 됨이 누릴만했는지 솔직히 분간이 안 갔다. 이제 생각해 보니 뭔가 남은 느낌이 있었다.


세월이 흐른 것이다. 변한 시대가 서운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뭔지 모를 차분함과 담담함 그런 게 있었다.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배려가 고픈 것보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매번 라떼 세대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퇴근시간 주고받는 인사도 없이 근무시간 동안만 동료인 게 편한가? 퇴근 시간 지나 건물 밖에서 만나면 외면하고 가는 직원도 있다는데 편안할까? 하긴 그 모두가 친분의 문제일 수 있겠다.


예상치 못한 늦은 퇴근이 갖다 준 자각. 그건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세월의 여운이었다. 꼭 그 나이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을 터득하며 산다. 그 경험을 살려 한 살이라도 더 나이 먹은 사람들을 왠지 더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울푸드 잔치국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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