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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Nov 03. 2022

마음병이 몸병이 아닐까

피로감이 덜해진 아침에


지난 월요일 저녁은 몇 주 전부터 예정된 날이었다. 부서의 한 팀과 부서장이 어렵게 정한 식사자리였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지만 조촐한 자리는 진행됐다. 부서원들의 자리는 점심시간이든 저녁시간이든 일 이야기가 주를 이루니 업무의 연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자리를 위하여 애초부터 나는 참석을 마다했었는데 결국 못 가고 말았다. 이번 주 내내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병가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밤새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출근 즈음이 되니 그 통증이 나아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나갈 수 있지 않겠나 싶어 멀쩡하게 출근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해도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웃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느 한 곳을 꼬집어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됐다. 이 병은 내가 안다.


채만식 선생님의 태평천하에는 '여자 아닌 여자로 변하는 때'라는 표현으로  갱년기를 칭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쾌재를 부렸는데 어느 날 신기한 증상들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갱년기를 맞은 것이다. 온몸이 아팠다. 피로감으로 오후 늦은 시간이면 책상에 엎드려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자연식을 찾은 것도 그러한 증상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었다. 생각해보니 심리적인 이유도 그 증상에 영향이 있어 보인다.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난 청년들의 압사 사건은 쉬 떨칠 수 없는 일이다. 천근만근의 무게가 머리를 누르는 듯하다. 마음의 상황이 몸에 나타난 것이다. 오늘은 외부 일정에 신경을 쓰고 챙기면서 증상이 나아진 것일까. 눈이 뜨이는 듯하다. 마음은 이렇게 신기하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생활 속에서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자괴감으로 휘청일 때가 있다. 어느 상황에서든 내 마음은 내가 알아채야 하고 대응해야 함을 느낀다. 


온 나라가 너무 큰 충격에 마음병을 얻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스스로 잘 다스려서 마음의 병이 몸 병이 되지 않기를. 나부터 차근차근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이번 주는 전 국민이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부디 우리 다 같이 이런 불행은 다시없도록 막아보았으면. 다 같이 기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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