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작년에도 보냈고 한 달 전에도 보냈으며 일주일 전에도 오늘도 보내는 그 하루 속의 시간이다. 24시간은 정확하게 되풀이된다. 20대에도 보냈던 시간이 지금도 흐르고 있음을 깨달으면 매번 느낌이 다르다.
20대 때는 지나가는 시간을 어찌 보냈던가. 지금 이 시간이 새롭고 신비롭게 여겨지는 건 왜일까. 어느 세대이든 누구에게든 오늘이 처음이어서 그럴 것이다.
개인에 따라서 순간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일 수도 있고 푹 고아 덜어내어 지는 무처럼 허물허물 느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가 얼마만큼 깨어서 그 시간에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남는 기억은 다를 것 같다. 일테면 지금 내 앞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집중하고 몰두하는지에 따라,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결과는 좀 다르게 남을 것이다.
신경 쓰고 몰두했던 일과 인간관계는 더 잘 풀리고 친절하게 남았다. 건성으로 대하고 정성을 쏟지 않았던 관계와 일은 그 결과도 좋지 않았다. 조직이나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한다면 탓하기 전에 자신이 자초하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살아온 연륜으로 계절이 느껴지는 걸까. 우리를 둘러싼 시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시절 보냈던 시간과 지금 보내는 시간이 비교되면서 만들어진 결과까지 보인다. 그래서 시간이 주는 기회는 공평하기도 하고 쉬 놓쳐버릴 수 있는 보석 같기도 하다.
시간은 가능성이 주어진 것 같은 착각도 주고 처음 맞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매 순간은 처음 맞이하지만 말이다. '순간의 시간'을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가 잘못하면 남의 시간에 대한 간섭이 될 것 같아 참기도 한다.
매일 열려오는 시간을 신기해하고 보석이라고 여기는 건 어쩌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일지도 모르겠다. 귀한 순간을 잘 보내자는 최면 말이다.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직접 행동하고 갖가지 욕심들을 내려놓는 것, 그것도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소중한 시간이기에 잘 써야 한다. 젊은이들만 힘들겠나. 나이 들어도 매 순간 힘들고 설레고 그래서 의미도 있고 그렇기에 잘 써야 할 것 같다. 그런 시간을 어떻게 잘 쓸지가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