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손위 형님이 물었다. 애들에게 뭘 해먹이고 어찌 키웠냐 하셨다. 내 아이들에 대한 덕담 끝에 따라온 질문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평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저 고마웠으니까.
알아서 제 공부하고 나까지 챙기는 딸들이 고마웠다.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 말은 내 엄마에게서 많이 들은 말이었다. 우리가 자랄 때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는 늘 밥을 차려 주셨는데, 마주 앉아 바라보던 엄마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엄마 말씀은 그랬다. 반찬이 없으면 다른 애들은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는데, 나는 휘 둘러보고 국에 말아서 밥 한 그릇을 후딱 비웠단다. 반찬이 있으나 없으나 늘 밥 한 공기 다 먹었었다고 칭찬하셨다. 엄마가 좋아하는 게 좋아서 더 많이 먹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앞에 앉아 늘 '고맙다, 고맙다' 하셨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님에게는 늘 아이였을 것이다. 그마저도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지나 보니 잘 먹고 건강했던 것도 효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출세하지 않아도, 자주 오지 못해도 잘 살고 건강한 것만으로도 효도라는 말이 이해된다.
지인들과 선후배 사이에서도 그렇다. 깊은 유대가 없어도 건강하고,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소식이 들리면 그저 반갑고 고맙다. 관련 부서에 발령받아온 지인을 만났다. 나보다 대여섯 살은 선배인데 먼저 연락해 오고 자신의 차에 태워서 밥을 사줬다. 본인이 만든 차까지 대접받았다. 나는 그러고 있나 싶어졌다.
사람의 향기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유년에는 받기만 했던 엄마의 향기가 있었다. 나는 무슨 향기일까.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살아만 온 건 아닌지, 그래서 무향 무취는 아닌지. 주위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향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건 서로 나누고 교류할 때 생기는 것 같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지 않았을까. 보이지 않게 전달된 고마움이 진심이 담긴 향기일 것이다.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향기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고, 입은 사람이 건넬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느껴지고 전해져 온 고마움을 어떤 방법으로 든 표현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