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생각

오월의 장미, 붉은 장미

by 사과꽃


오월이면 봄 꽃이 절정인 때다. 이름 모를 온갖 풀도 새순이 나고 자라서 꽃을 피운다. 나무의 연초록 이파리는 꽃의 싱그러움에 도전할 만치 예쁘기도 하다. 연초록 새순이 아무도 몰래 귀염을 피우고 나면 곧 짙은 초록이 된다. 나무마다 초록 이파리가 넘실댈 때 탐스러운 장미가 피는데 오월이면 어디를 가나 초록 이파리 사이로 붉은 덩굴장미가 지천이다.



그 오월인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온 나라가 때 없던 시련을 겪어서 인지 더위도 오락가락했다. 여름인 듯하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2~3월의 날씨를 가져다 놓곤 했다. 여느 때 같으면 아파트 담을 푸르게 휘감았을 장미 덩굴도 기새가 영 약했다. 그러니 솟아오르는 꽃 봉오리도 드물 수밖에. 어제는 빗속에 겨우 몇 송이 핀 장미를 보았다.



큰 아이가 음력 4월 중순 그러니까 양력 5월 초생이다. 20여 년도 더 지났지만 그 해의 덩굴장미는 아직도 생생하다. 출산은 그전과 후로 세상을 바꿔놓았는데 몸도 전 후로 달라진 기분이었다.



2박 3일 입원 후 아이를 안고 퇴원하는 길이었다. 강변 산자락에 붉은 장미가 주렁주렁 달려 딴 세상 같았다. 초록빛으로 넘실대는 가시 덩굴 사이로 어쩌면 그렇게 붉은 장미가 찬란하던지. 신통하게 아이는 장미처럼 이뻤다. 엄마 닮지 않았다고 모두가 합심한 듯 이야기해도 즐거웠다. 초등학생일 때는 우리 미스코리아라고 부르던 선생님도 많았다. 매년 오월 첫 주가 되면 어여쁜 붉은 장미가 넘실댄다.



그러니 장미가 피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생일을 기억한다. 이제 훌쩍 자라 타지에서 직장을 다니지만 내 맘에는 여전히 벅차오르고 가슴 띄는 꽃이다. 예닐곱 살부터 철이 들어 스스로 공부하고 엄마를 먼저 생각해 줬으니 어떨 땐 속상하기까지 했다. 직장 다니느라 일정 부분은 던져두고 키웠는데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 오월이면 멀리 있는 아이를 보듯 들여다보며 이뻐하는 장미다.



지난밤에 내린 비로 깨끗이 세수한 식물들이 햇살에 더 반짝인다. 기온도 올라간다. 6월이 오고 여름이 될 텐데 장미 넝쿨이 더 자랄까? 그래서 꽃봉오리를 더 피우려나? 여름꽃인 찔레가 필 때 같이 피려나? 혹시 계절에 밀려 더 이상 피지 않으면 어떡하나? 오월의 붉은 장미가 마음껏 피도록 날씨는 왜 그리 도와주지 않았는지. 몇 안 되는 꽃송이라도 피었으니 다행인 걸까. 오월이 가기 전에 실컷 장미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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