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쥐고 하얀 종이 위로 간다
무슨 글을 쓸지 무슨 마음을 그릴지
정하지 않았다
자음을 오그라 붙이고 모음을 내려 그어 만든 나만의 글자체
알 수 없던 마음이 무얼 만났는지
펜이 춤추며 미끄러져 간다
누르는 왼손과 달리는 오른손이 채워가는 빈 바닥
써가는 순간이 모여 글이 완성되듯
내일도 그렇게 오리라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숭고한 목표는 사랑'이라고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라고 하는데
무언가 쓰고 싶은 이 느낌도 사랑이라면
쓰고 싶어 펜을 쥐고 있는 마음이나
쓸 무언가를 찾아 기웃거리는 것조차
사랑의 행위였나
못다 한 말 생각대로 써가면
님 계신 그 먼 나라까지 내 말이 전해지려나
써가는 글자가 글이 되어 이 마음이 전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