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생각

천왕봉 문학회를 소개합니다

by 사과꽃


반차를 내고 헐레벌떡 달려가도 30여분이 더 걸리는 거리다. 벌써 글을 나누고 발표 중이었다. 의자를 보름달처럼 둥그렇게 배치하고 모두가 마주 보고 앉았다. 막 도착한 2명을 환호하며 맞아주는 얼굴에도 보름달이 떴다. 오늘은 책상으로 만든 보름달도 더 크다.


진주 외곽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산청 함양 방면의 국도로 진입한다. 산청읍에 가기 전에 원지 신안면으로 접어드는 길로 들어서면 낮은 굴다리를 통과한다. 도로를 이고 앉은 굴다리를 지나면 이제 절정을 넘어선 배롱나무 꽃이 양쪽으로 둘러서서 박수를 쳐준다.


그 환호를 받으며 시골길을 조금 더 달려 양천강변로에 앉은 산청지리산도서관에서 지우들을 만난다.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도서관 강좌를 듣게 되었고 문우들의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문학회에 가입하게 됐다. 아직 현업에 묶인 사람은 나뿐이었다.




10여 명이 각자 프린트해 온 글을 배부하고 자기 글을 발표한다. 한 달에 두 번 자유주제의 글을 써와서 의견을 나누는데, 내가 쓴 글에 온전히 집중하고 들어주는 자리가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나의 글에 애정을 담은 질문과 개인 의견까지 주는 공감의 자리는 지구상에서 그곳뿐이다.


물 맑은 산청에 귀촌한 은퇴자가 대다수다. 60세 전후부터 80세까지 연령이 다양함에도 쓴 글이나 소개하는 열정은 모두가 소년 소녀다. 오늘도 한 분은 '헤어짐, 이별'과 관련한 글을 소개하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어쩌면 그렇게 감성이 풍부한지 글을 쓰는 사람은 달랐다.


시만 해도 현대시 산문시 자유시 다양하게 듣는다. 지리산과 관련한 시도 있고 역사 에세이, 기행 에세이도 들을 수 있다. 발표가 끝나면 박수가 먼저 나오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AI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관심사나 화두가 비슷함에 마음이 통했음을 또 반가워했다.




회원들이 모여서 지난해에 다섯 번째 이야기 책을 펴냈고 올해 그 여섯 번째 발간을 준비 중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올바른 인품과 선비정신으로 ~~ 문학인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회장의 인사말에는 '반갑게 만나고 즐겁게 토의하자,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쓰자' 등의 말도 있다. 우리가 묶는 책 제목이 '있는 그대로'다.


있는 그대로 대화하고 교류하는 게 좋아서 1여 년 넘게 부지런히 오간다. 올해는 지리산 산불과 물난리로 큰 슬픔을 겪었기에 숙연한 마음이다. 지우들의 글 속에서 피어나는 걱정과 위로와 치유의 노력을 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천왕봉문학회는 어느 틈엔가 발맞추어 걷고 있는 생활이 됐다.


한 분야에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같이 걷는 지우는 참 귀한 존재다. 같은 터전에서 자라지 않아도 자세한 소개나 설명이 없어도 글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간혹은 자매보다도 더 친숙해진다. 글쓰기는 그렇게 생명력이 컸다. 개개인을 신명 나게 하고 살맛 나게 만드는 도구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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