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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Dec 06. 2022

마지막 달력

"끄트머리"




노랗고 붉던 이파리들이 흩날리고 밟히던 때가 엊그제인데 그 사이 누군가 길을 싹 쓸어두었다. 차를 타고 진입하는 도로가 좀 달라졌다. 휑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회색빛에 언뜻언뜻 푸른 물감이 풀려있다. 얼마 남지 않은 이파리도 가지마다 바싹 말라 붙어 나뭇가지가 단초 롬 해졌다. 12월이 실감 난다.


지난해 12월을 주제로 쓴 글이 있었다. '끄트머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12월을 밝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듯하다. 마지막 달을 연이어 다음 해의 시작점으로 느끼고 넉넉한 표현이 가득했다. 


그 12월이 올해는 예 같지가 않다.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 하고 해의 경계 없이 이어지는 일들이 산재해서 그럴까. 여전히 '끄트머리'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 





점심시간마다 커다란 비닐 부대에 낙엽을 쓸어 모으던 사람들이 있었다. 저 많은 낙엽을 언제 다 쓸어 담을지 걱정했는데 그 일도 지난 일이 되었다. 


발아래 어깨 위에 넘쳐나던 낙엽을 지천하던 사람들도 그날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을까. 온 대지가 하얗게 변했을 때나 혹은 입김조차 하얗게 뿜어지는 날씨 속에 서 있는 나뭇가지들을 볼 때 말이다. 봄부터 치열하게 피워 올린 이파리를 그렇게 일시에 떨어뜨려 놓았으니 분명 누군가는 숙연해지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짐은 나누어지고 감동은 전할 때 더 커진다는데 의외로 혼자 지고 온 날이 많았다. 12월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는 마음이 예년 같지가 않다. '끄트머리'는 맨 끝부분을 일컫는 말인데 끝과 머리를 다 달았다. 무언가의 끝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 끝인 듯하여도 그 자리가 시작점 일수도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면 예 같지 않은 마음도 새로운 시작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겠다. 


마지막 달력을 내리기 전에 늘 새로운 달력이 나와 준비되었었다. 덤으로 새 해의 공책들도 아주 이쁘게 많이 나올 것이다. 새 달력도 챙기고 새 노트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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