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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Dec 27. 2022

코스모스님! 그 알아요?

믿어보는 것이다.



베란다 문만 열어도 냉동실이다. 한 데가 온통 냉동실이다 보니 냉장실에 두어야 할 물건은 실내로 들여야 할까 싶어 진다. 겨울이 겨울다워야 병해충도 적고 농작물이 잘 된다지만 제법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한 보자기 사다둔 검정콩이 벽 쪽에 꽁꽁 얼어 있다. 베란다 문을 열 때마다 고민해 왔는데 한 시름 놓기로 했다. 수년간 벽장에서 묵었던 씨앗을 버리기 아까워 물에 담가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나! 눈을 틔우고 새 순이 돋았었다. 하물며 아무리 혹한일지라도 저렇게 알맹이가 굵은 콩이 그것도 비싼 서리태가 얼기야 하겠나 싶은 것이다. 동동 메고 출근하면서 이 날씨라도 그 여문 콩 살을 믿어보기로 했다.  


강변에 줄지어 늘어선 겨울 화초 위에도 이슬이 켜켜이 앉아 있었다. 계절마다 때로는 너풀거리는 꽃이 때로는 수더분한 꽃이 맞아주지만 이 동한에는 보랏빛과 하얀 살을 가진 배추 모양의 화초가 꽁꽁 메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가며 마음은 늘 같다. 아이고 얼지 말기를~ 


얼마쯤 가다 보면 장승처럼 선 나무들이 이어진다. 긴 가지를 도로 위로 늘어뜨리고 구경하고 섰다. 허공으로 뻗은 그물 같은 가지 끝이 뾰족 뾰족하다.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보인다. 왜 어릴 적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때 나무 둥치는 갈색으로만 칠했을까. 나무 둥치와 가지는 거의 검은색에 가깝다. 아니 뭐라고 딱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색이다. 뻣뻣하고 거칠어 보여도 저 나무껍질을 비집고 보드라운 잎이 날 날이 머지않았다. '추위가 깊다는 것은 봄이 가깝다'는 말이라고 하잖은가. 


옛사람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다. 니 코든 내 코든 베이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그것을 방지해 보자고 우쭐거려사도 어느 사이엔가 코를 베인 것을 알게 된다. 실실 웃음이 나오면서 새롭게 터득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옷매무새를 다시 메야하고 그래서 늘 우리는 나이 고하를 떠나 누구나 새롭게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 아는가? 옛사람들이 한 말이 또 있다. '*귀 낀 *이 화낸다'라고.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흥분할 일도 없다. '미운 사람은 내가 때리지 않아도 때려주는 자가 있다'는 말을 믿으며 살아온 날도 길다. 자기 마음을 기준으로 삼으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정말로 알아야 할 것이 대중의 마음이다.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대중이 일깨워준 일이 생겼다. 불편한 일도 따지고 물어야 하는 위치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 어쩌면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값어치 있게 배운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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