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새로 활쏘기를 시작한 사람
화살 5발을 쏘아서 4발을 맞히면 4중이라고 한다. 첫 4중을 지난해 8월 31일에 했다. 함께 쏘았던 선배 접장이 중앙 홀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명기하며 축하해 줬고 촬영해 둔 게 있어 날짜를 안다. 7월에 수료하고 8월에 4중을 한 일은 큰 발전이었다. 그러고 나면 곧 다섯 발 중에 다섯 발을 다 맞히는 5중(몰기)을 하리라 여겼다.
1년이 지나도 아직 5중 몰기를 못하고 있다. 주말 이틀 활터(정)에 나가니 연습량도 부족하다. 다른 운동처럼 매일 연습하여 자세가 고정되어야 하는데 들쭉날쭉하다. 주중 사범에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주워들으며 쏘는 습사로는 몰기가 쉽지 않다. 작년 그 4중을 하고 며칠 뒤 활터를 방문했을 때였다. 한층 고무되어 갔는데 두 눈을 비벼야 할 일이 일어났다.
벽면 거치대에 꽂아둔 활들 중에 내 활만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몇 차례나 살폈지만 정말 없었다. 선배 접장이 CCTV를 확인해 줬다. 귀한 시간에 자기 활을 당기지도 못하고 영상을 확인해 준 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드디어 사람을 찾았는데 어떤 여성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 활 두 개를 집어서 들고나가지 뭔가. 그 회원에게 전화를 하고 2시간여 뒤에 활을 가지고 왔다.
그동안은 빌린 활과 화살, 깍지를 끼고 연습해야 했다. 엊그제 4중을 놓아서(쏘아서) 그 감각을 살려보고 싶은데 낯 선 장비를 들고 쏘았으니 느낌이 나오겠는가. 안타깝고 어이없고 속상했지만 말도 못 하고 웃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사과할지 그러면 유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야지. 그랬는데 황당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활을 들고 나타난 그녀는 꺼내면서도 자기 활이라 하지 뭔가. 매대(화살을 꽂기 위해 허리에 두르는 두 겹의 끈, 평상시에는 활을 넣어 보관한다)에 싸인 활을 꺼내 보여주니 몰랐다고 자기 건 줄 알고 집어갔단다. 풀어보고 확인도 하지 않고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들어오자마자 사과부터 할 줄 알았는데 두리뭉실 변명부터다. 미안함을 그리 표현하는 듯했다. 문제는 2시간 넘는 동안 낯 선 활을 가지고 연습한 점이다.
고난은 그 뒤에도 있었다. 어느 정도 활이 조금 맞아가고 있을 즈음, 이번에는 깍지를 흘려버렸다. 매대에 자크가 달려있지 않아 거기에 넣어 화살 치러(주으러) 잔디밭을 오갈 때 흘린 듯했다. 푹푹 찌는 더위속에서 145미터나 되는 잔디밭을 다 훑을 수도 없고 새 깍지를 사야 했다. 익숙해졌던 감각은 또 달아나고 말았다.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을 결정짓는 요인은 많다. 가장 큰 요인은 바람이다. 왼손과 오른손의 힘 균형도 중요하다. 활을 쥐는 손과 화살을 당기는 손의 꺾음과 놓는 처리도 영향을 끼친다. 과녁을 향하여 순간에 놓는 화살은 정말 쏜살이다. 온몸의 근육이 다 사용되는 활은 순간의 판단도 중요하다. 쏜 살이 떨어지는 곳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화살을 놓는 사대에 서면 내로라하는 명궁도 이제 막 시작하는 신사도 기회는 같다. 한 관(칸)에 7명이 서서 차례대로 한 발씩 날리는데, 호흡 정신집중 자세는 오롯이 제가 길러야 할 몫이다. 가르쳐 준 누구도 화살을 날리는 그 순간만큼은 관여할 수 없다. 같이 또 혼자 하는 운동, 자꾸만 잊어버리고 다시 배워야 하는 자세가 꼭 인생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