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보내는 기도

by 사과꽃


반듯한 돌 위에 그리 균일하지 않게 또닥거리는 물빛

옆에서 앞에서 부는 바람에 쏠리며

그마저 흩뿌리기까지 하는

소리조차 없더니


반짝이는 햇살이 몇 번이고 오가고

궁색하게나마 바닥 적시기를 반복하니

아는구나 반기지 않음을

과실과 오곡을 적시네


노랗게 다 익은 벼를 옆으로 앞으로 쓰러뜨려 놓으면

질척이는 장화발로

엎어질 듯 고꾸라지며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이고

무딘 손으로 일일이 세우시던


그 님들은 다 어디 가고

무심히 또 가을은 왔는데

부디 바닥만 또닥이다가 궁색하더라도 물빛만 비치다가

그리 잠잠히 가면 좋겠네




keyword
이전 14화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