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즘 생각

책을 읽다가

by 사과꽃


일어나 앉을 때만 해도 읽고 싶은 책 때문이었다. 그 책을 옆에 모셔놓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이렇게 또닥거리고 싶어졌다. 20년 넘게 달리고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잘 넘어간다.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글은 사실 마라톤 이야기다. 무겁지 않고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가 진솔하다.(길 위의 뇌, 2024. 한스미디어, 정세희) 특히 낱장의 두께가 두꺼워서 그런지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좌측 분량이 많아져서 아까워하며 읽고 있다.




갈수록 단출해지는 명절이 그렇다고 편하지만은 않다. 올망졸망 아이들 달고 선물 보따리 들고 친정 시가에 봉투를 만들어 들고 다닐 때가 좋았다. 부담도 있었지만 기다려주시던 어른들이 있어서 명절 분위기가 더 났다. 어울려 만들고 차리고 먹고 치우는 번거로움도 나누다 보니 할만한 행사였다. 어느새 한쪽 집은 빛으로 승화했고 그나마 시모님이 계시는 집도 세월에 많이 닳았다.


아이들이 다 자라 우리 키를 넘어선 집, 어쩌면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건 우리 몫일지도 모르는데 귀한 시간은 흐르고 가버린 어른들은 말씀이 없다. 아직 혼자인 동생이 마음에 걸리다가 놓기를 반복하고 솜씨 없는 재주를 부려볼까 하다가 지천에 늘린 예쁜 음식점에서 만나야지 한다. 긴 연휴라지만 하루하루 빼곡하게 보낼 계획 말고는 구체적으로 세운 게 없다.


오늘은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을 보러 갔다가 대포항 전어를 먹으러 갈 참이다. 날씨가 받쳐줄는지 모르겠다. 추석 보름달도 보지 못하고 새날이 오고 있다. 남으로 난 창으로 보름달이 볼만했을 텐데 아쉽다. 창의 절반은 하늘이고 아래로는 높고 낮은 집들과 펼쳐진 도로 낮은 산이 보인다. 이른 아침도 여전히 회색이고 창가에 조롱조롱 매달린 물방울로 비가 뿌려졌음을 안다.


책을 놓고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가고 있는 시간을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고르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거창하게 부담스럽게 웅장하게 받아들일 건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매 순간에 집중하면 되겠지. 이제 욕심을 좀 부린다면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내 뜻대로. 지나 온 많은 순간에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먼저이지 못했다.


끊이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이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지금이 소중하다. 이런 날을 만들어주셨을 부모님이 고맙다. 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그분들을 기억하고 나누는 계기는 필요하다고 본다. 명절이 주는 의미는 그런 것도 있을 텐데, 아래위 옆을 돌아보고 손을 잡아 보는 날이기도 할 테다. 오늘은 또 열심히 살아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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