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만 한 알배추 2개 9천 원, 팔뚝만 한 무 1개 2천 원. 얼갈이배추 대파 양파 부추를 샀으니 재료비는 얼추 2만 원이다. 벼르던 맛 김치를 담가 보려고 장을 한 보따리 봐왔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는 거였다. 긴 연휴가 주는 마음 여유가 좋다.
70대 즈음이셨을까. 주말이면 엄마는 선김치를 조금 만들어놨다고 전화를 했다. 사실 부르는 말이었음을 주말에라도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뜻이었음을 나이 들면서 깨닫는다. 맛있다고 하지 않고 힘들게 왜 만들었냐고 탓부터 했는데, 탓하기 전에 선김치를 받아오기 전에 반찬을 만들어 드려야 했다. 이제는 갖다 줄 수 있는데 엄마가 없다.
베란다에서 하루 묵은 재료를 꺼내 다듬는 손은 아이들 먹일 생각에 바쁘다. 여름 채소는 벌레가 많아 농약을 많이 친다니 여러 번 씻는다. 그러고도 커다란 볼에 10분 이상 담가둔다. 알 배추가 작아서 사온 얼갈이배추도 담가 둔다. 오랜만에 사 온 커다란 무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
무를 나박나박하게 썰 참이었는데 굵은 깍두기가 됐다가 콩알만 해 졌다가 들쭉날쭉하다. 내 맘 같아서 썰어 놓고도 웃음이 난다. 작은 아이는 조그만 것만 집어 먹으려나. 여름 끝자락의 무는 가을무와는 다르다. 단단하고 아삭한 가을무에 비해 칼집이 쉬 나는 것이 물기도 많고 쓴맛이 베였다. 소금과 설탕을 섞어 절였다.
알배추가 정말 몇 나 되지 않는다. 알배추도 절이고 얼갈이배추도 슬쩍 소금 간을 해둔다. 양념할 차례다. 냉동실에 있는 마늘 생강 홍고추를 꺼내 썬다. 배 하나와 양파를 썰어서 밥 한술을 넣고 새우젓 멸치액젓을 넣어 모두 함께 갈았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풀고 매실액을 넣어준다. 썰어둔 양파 대파 부추를 넣어 양념을 완성한다.
건진 배추와 얼갈이를 꼭 짜서 양념과 버무린다. 낭창낭창해진 무를 건져서 물기를 빼고 역시 양념에 버무렸다. 커다란 통에 나눠서 담고 바로 먹을 분량은 적은 통에 담았다. 갓 담은 김치는 고구마와 함께 먹을 참이다. 빨갛게 색깔도 고운 햇 고구마가 적당히 익고 있다. 겨울 김장은 돼지 수육과 함께 먹지만 초 가을에 담는 맛김치는 햇고구마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긴 연휴 밑반찬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