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마지막 24시간이 시작됐다
시가지를 벗어나 10여 분 거리의 외곽에 있는 횟집에 모였다. 이름하여 부서 송년모임. 10여 명이 안 되는 인원 중에 그나마 연말 휴가를 가고 최종 모인 사람은 6명, 놀라운 일은 모두 각자의 차를 가지고 모였다는 점이다. 한적한 읍의 동네는 어두운 거리였지만 주차할 곳이 많았다. 더 놀라운 일이 남아 있었다. 맛난 횟감을 앞에 두고 어느 누구도 술 한잔 하지 않았다. 콜라와 사이다를 부어 쨍 잔을 부딪치고도 아쉬워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찻집으로 이동하는 동행에 그나마 한 사람은 또 떨어져 나왔다. 가만 두어도 충분히 잘 보내고 있을 가족이 걱정스러워 아니 며칠 남지 않은 25년의 밤을 가족과 보내고자 달려간다. 퇴근 이후 두어 시간 지난 마트는 한적하다. 평소에 사는 물건 말고 뭔가 의미 있는 물품을 사려고 두어 바퀴 돌았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하다는 동동주 한 병과 돼지고기 수육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나물거리 채소를 한가득 담았다. 우리 밀로 만든다는 베이커리 앞에서 딸기가 수북이 올라앉은 케이크를 하나 집었다.
3번을 연거푸 물어도 오늘 나온 케이크이라는 답을 들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일주일은 된 듯한 빵이 숨어있었다. 아이들은 용케도 크림의 부드러움을 감지하고 빵의 소프트함을 분별한다. 엄마가 사 오면 무조건 맛있었던 시절은 지났다. 혼자 퍼먹다가 결국 남은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었다. 동동거리며 달려와도 혼자 즐거웠던 일이다. 나날이 변하고 나아진다고 느꼈는데 감각은 제자리걸음이었을까. 아이들은 저들만의 세상이 있고 다가갈 수 없는 공간은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모든 일에서 다 잘하려는 욕심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잘하는 부분이 있을 테고 그러면 수용해 줘야 하리라. 내 잘하는 거 하나만이라도 채우자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른바 놓는 연습이다. 솔직히는 제 허점과 허물을 인정하는 연습이다. 그런 게 필요한데도 여전히 다 잡고 다 붙들고 아등바등 뭔지 모를 기준에 닿으려고 애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 체 달려가는 것이다.
이만큼 왔다면 보낸 세월 시간 일 위치 모두 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나이다. 이제 꼭 하루 남은 25년을 찬찬히 돌아보며 다가오는 해에는 오롯이 나에게 제대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자칫하면 지청구를 들을 수도 있으니 잘하는 일도 과신하지 말고 필요이상 베풀지 말고 아무리 가까워도 말을 아끼자. 살아갈수록 더 느끼는 점은 내 부모가 아니면 나의 허물을 덮어주고 이해해 줄 사람은 없다. 누구도 나에게 나만큼 관대할 사람도 없으니 섬섬한 보살핌은 이제 나에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 하나만으로도 됐지 않은가. 거기에 몰두해서 여타 다른 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자. 읽고 쓰는 건 좋아서 하는 일이니 노트북 들고 어디든 가보고 떠나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발견하는 거다. 새해에는 그런 노력으로 그런 향유로 나에게 포상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잘하려고 잘한다고 여겼던 일들이 사실 모두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조차도 담담히 받아들이자.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