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은 후 철진과 펄은 타하마르 수립 공원 인근의 국립 예수회 박물관 - 리니어스 총독의 집을 둘러본 후 다시 코르도바로 돌아왔다. 오전의 일정 내내 블라드 백작은 철진과 펄의 사생활을 배려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철진과 펄을 수행했다.
"펄! 이참에 뱀파이어들뿐만 아니라 인디오들이 힘들게 일구어 놓은 화전을 빼앗아서 추키카마타 광산이나 세로데파스코 광산 지대를 운영하면서 인디오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서 초록색 달러를 벌어들인 양키들도 응징해야겠어."
"어떻게요? 그리고 세로데파스코 광산 지대는 또 뭐에요?"
"한 사람만 불러들이면 돼. 그러면 그들에게 가장 통렬한 복수를 해줄 수 있어.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모조리 빼앗을 생각이니까. 세로데파스코 광산 지대는 페루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금, 구리, 철, 그리고 주석 등을 생산하던 광산 지대야."
코르도바 시내로 돌아온 철진과 펄은 알타 그라시아의 체 게바라 박물관에서의 감흥을 이어가고자 제일 먼저 Cordoba Museum of Memory를 방문했다.
"짐! 이곳이 체 게바라와는 무슨 상관이 있나요?"
"음...이 기억 박물관 벽에 전시된 수천 명이 넘는 실종자들의 사진들을 봐! 진실과 정의가 사라지고 공공연하게 납치되어서 고문 당하고 생매장 당하거나 짐승처럼 죽임을 당한 수십 만에서 수백 만 명의 사상자을 제외하고 실종된 사람들의 드러난 숫자만 수천 명이야. 이곳은 그 실종자들의 고통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투쟁을 상기시켜주는 공간이지. 남미의 인디오들을 착취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도 미국의 자본가들이었고, 남미의 군사 정권에 자본과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더러운 전쟁을 일으키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방조 내지 묵인한 것도 미국이야. 그런데, 더러운 전쟁을 통해서 그런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잔혹한 악행을 저지른 군사 정권을 낳은 미국도 숱한 인디오들의 피땀을 착취하고 결국에는 죽음으로 내몰면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던 미국의 자본가들은 단 한번도 정당한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말을 하는 철진의 눈빛에서 펄은 미국과 악덕 자본가들을 응징하고자 하는 단호한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짐! 어떤 의미에서는 뱀파이어들보다 미국과 미국의 악덕 자본가들이야말로 민중들의 피를 먹고 자라난 진정한 흡혈귀라는 생각이 들어요. 때가 되면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을 불러들여서 반드시 그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응, 펄! 반드시 그렇게 할 테니까 지켜보라고.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통쾌하게 복수하는 지를."
코르도바 기억 박물관을 나서면서 철진은 블라드 백작이 뱀파이어들을 소환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코르도바 대학을 위시한 여러 대학, 병원, 카페와 식당, 호텔, 극장, 시청과 관공서, 그리고 BAR와 클럽 등을 순례 하듯이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블라드 백작은 누군가와 접선을 했고, 자신의 소환 명령을 전달했다. 오늘 밤 있을 또 한번의 정화 의식을 위해서 철진과 펄은 El Papagayo 식당에서 저녁으로 12가지 코스 요리로 주문해서 든든하게 배를 채워두었다. 식사를 마치고 철진과 펄, 그리고 블라드 백작은 차를 렌터해서 백 개의 곡선 커브길이 있는 Camino de las cien curvas를 드라이브 하면서 산 로케의 깔때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야호! 짐! 호수를 따라서 이런 백 개나 되는 곡선 길을 드라이브 하는 것도 정말 운치가 있고 좋군요."
"펄! 이게 다 사람 사는 맛인 거지. 비가 오기 전에 이 맑은 공기와 풍경을 마음껏 누리고 즐겨둬. 오늘 밤은 왠지 깨끗하게 피를 씻겨줄 폭우가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하하하!"
산 로케의 깔대기를 구경한 철진은 마음속으로 어떤 모험을 떠올리면서 오늘 밤 지배층과 자본가들에게서 고혈이 빨려서 비참하게 죽은 자들의 영혼을 위해 진혼제를 올려줄 VILLA CARLOS PAZ의 한적한 강변으로 향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자 사람들도 모두 떠나가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자 하늘을 시커멓게 덮으며 코르도바 시내와 인근 도시를 지배하는 뱀파이어 장로들이 수많은 박쥐떼와 더불어서 철진과 펄, 그리고 블라드 백작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지상으로도 무수히 많은 뱀파이어들이 모여들었다. 블라드 백작을 알아본 장로들과 평민인 뱀파이어들은 모두 블라드 백작 앞에 무릎을 꿇고 최대한의 경의를 표했다.
"대공을 뵈옵니다!"
블라드 백작은 손을 들어 좌중을 침묵시킨 후 철진을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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