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절망끝에서

by 김하록

신혜와 션메이는 천강과 함께 있는 보라와 지안을 보고서 그들이 누구 인지를 직감할 수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게 만들었던 장본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것도 어찌 보면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일 지도 몰랐다. 이제 와서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일단은 눈앞에 있는 좀비떼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될 문제였다.

"일단 배의 조종실로 가서 선장과 기관사, 그리고 조타수를 보호하면서 배를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로 향하도록 해야 해. 배가 항구에 접근하면 바다에 닻을 내린 채 우리들은 바다로 뛰어들어서 탈출하고, 배에 불을 질러서 좀비들을모조리 태워 죽이는 거야."

"배의 조종실로 가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 가능하겠어?"

"나 혼자라면 쉽지 않겠지만, 여기 신혜와 션메이가 있으니 가능할 거야."


천강이 보라의 질문에 대답하자, 지안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잠깐!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이 배가 카라카스까지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곧장 간다면 이틀이면 충분할 거야."

"지금으로서는 저들을 태워 죽이는 것이 가장 좋아 보여. 물에서도 살 확률이 희박할 거라고 보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먼저 불이 우리 쪽에도 전소될 경우를 대비해서 소화기 등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어. 그런 다음에 좀비 쥐 한 마리를 잡아서 꼬리에 불을 지르는 거야. 그러면 그 쥐가 동료들이나 다른 좀비들이 있는 곳으로 달아날 테지. 그러면 불이 옮겨 붙은 좀비들이 뜨거워서 바다로 뛰어들어서 자살할 지도 몰라."

"음! 시도해볼 만한 방안이야. 그런데, 좀비 쥐를 어떻게 잡을 건데?"

"저 쥐라면 제가 부를 수 있어요. 전 어느 정도 동물과 소통이 가능해요."

같은 식량 창고로 피해 있는 아담이라는 소년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대답했다.

"그게 좀비 쥐라도 가능하니?"

"아마도요. 어쨌든 시도해볼 만 하잖아요."

"그래, 그럼 한번 시도해 보렴. 지금 당장 쥐를 부를 수 있겠니?"

"네, 누나!"

아담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면서 휘파람 소리로 쥐를 유인하자 정말로 좀비 쥐 한 마리가 식량 창고의 구석에서 기어 나와서 아담에게로 다가오자 신혜가 화살을 쏘아서 좀비 쥐를 바닥에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에 꼬리에 불을 지른 후 화살을 뽑아서 쥐를 풀어주었다. 풀려난 쥐가 예상대로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서 다른 쥐들에게 불을 옮기고 그 쥐들이 사방을 뛰어다니면서 다른 좀비들도 불이 붙어서 배에도 불이 전소되어 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천강과 신혜, 그리고 션메이가 앞장서서 좀비들의 뇌를 도끼와 화살로 아작내면서 선장실로 향하는 길을 내었다. 선장실 입구를 에워싼 좀비들 중 몇 명에게 백발백중의 명사수 신혜와 션메이가 불화살을 날려서 결과적으로 선장실을 둘러싼 좀비들 모두에게 뜨거운 불세례를 퍼부어서 바다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루이스 선장! 전속력으로 카라카스를 향해 가주세요. 항구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시고 우리가 적당히 헤엄쳐 갈 수 있는 거리에 닻을 내려서 배를 멈추게 한 다음 구명보트를 탈 수 있으면 그것을 타고서 가고, 아니면 구명 조끼만 한 채 헤엄쳐서 바다를 건너가도록 합시다."

"나머지 생존자들은 어떻게 하구요?"

"지금 방송을 통해서 나머지 생존자들에게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도록 하지요. 그나저나 방송은 되는 겁니까?" "지금 곳곳에서 배가 불에 타고 있는 중이라 전부는 모르겠지만, 아직 방송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 좋습니다. 그러면 즉시 방송을 내보내시고, 카라카스 항구에 가까워지면 다시 한번 방송을 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베네수엘라 정부에 구조 헬기의 파견을 요청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들어줄 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어차피 배를 항구에 닿지 않도록 바다에 침몰시키려면 폭격도 같이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루이스 선장은 메이데이 신호를 보내서 여러 차례 구조 요청을 보낸 결과 베네수엘라 해양경찰청과 연락이 닿았으나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이런 젠장!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이 안 좋아서 구조 헬기를 한 대 밖에 보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거라도 감사해야지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나 구조 헬기가 올 때 갑판 위로 올라온 사람들 중 헤엄을 못 치는 사람들을 먼저 헬기로 태워서 보내고, 나머지는 구명 보트를 타든 아니면 헤엄쳐서 건너가도록 해야지요."

"네, 좋습니다. 그렇게 알고 탈출을 준비합시다. 먼저 안내 방송부터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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