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홀덤]
동인천역 부근 유흥거리에는 59명이 사망한 인현동 화재사건 이후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중딩, 고딩들이 다시 새로 오픈했다는 콜라텍, 이색 노래방과 주점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홀덤 보드카페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돈 많은 고딩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옷을 캐주얼 차림으로 갈아입고서 인현동 거리로 들어선 철진과 천강은 잭슨 보드카페 간판을 찾고 있었다.
"철진아! 찾았다. 저기 저 건물 7층에 있네. 야 이 거리가 완전히 새 단장 했네. 새 단장을 했어. 때깔 좋다."
"그러게. 이전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밝아졌네. 새로운 구청장이 돈 좀 들였나 보다."
철진과 천강은 동진 빌딩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철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다.
"누구세요?"
"Y 국제관광고의 송소연이야. 반갑다."
소연은 짧은 미니스커트에 하얀 속살이 보이는 매끈한 다리, 불룩한 가슴에 잘록한 개미허리, 무엇보다 표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섹시해서 절로 남심을 자극하는 섹시한 여인이었다.
"나도 주안역 엑스라이프 호프집에서 결투가 벌어진 그날 그 장소에 있었는데, 니들이 그 난리를 치기 전에 때마침 화장실 갔다가 나와보니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더라. 화장실을 다녀 온 것이 어떻게 보면 나한텐 행운이었지 호호호."
사실 소연은 화장실에서 나와서 한참 결투 중인 장면을 목격했지만, 왠지 개입하기 싶어서 슬며시 뒤로 빠져 있었다.
"(철진은 어색하게 말을 받으며) 아아 네네 반갑습니다."
"야 뭐야 이 닭살은. 철진이 니가 당황하는 건 처음이다. 송소연! 반갑다. 나 용천강이다."
"그래. 이런 데서 보니까 또 좋네. (한 여자 아이를 소개하며) 이쪽은 김태희야!"
"반갑습니다. 김태희라고 합니다."
"김태희 정말 김태희? 그거 가명이죠?"
"아뇨 본명인데요. 저 진짜 김태희이에요."
철진의 질문에 태희는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태희도 소연이 못지 않은 섹시미가 철철 흐르면서도 뭔가 순수한 매력이 은근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강은 태희에게서 션메이에게 못 느낀 매력을 느꼈다.
"우와! 이런 미인이 어디서 툭 튀어 나왔지? 반가워. 우리 다 같이 말 놓고 지내자. 그런데 어디로 가는 중?" "어. 우리 여기서 오늘 알바 좀 하려고 왔어. 잭슨 홀덤 까페에서."
"오오! 정말이야? 우리 지금 거기로 가는 길인데, 잘됐네. 처음인데 잘 부탁해."
"걱정 마. 오늘 내가 여기서 딜러 보는데 카드 잘 줄게. (철진을 보며) 재밌게 놀다가 우리 끝나고 따로 한잔 하자. 어때?"
"오오 그래.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러자."
소연이와 태희는 오늘 이곳에 딜러를 보기 위해 짧은 미니스커트에 가슴 골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섹시한 옷차림으로 왔다. 철진과 천강의 시선이 자꾸 거기로 가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소연이와 태희는 은근히 그것을 즐기는 듯한 표정이었고, 그것이 못내 재밌는지 자기들끼리 꺄르르르 웃었다.
"여기는 잭슨 보드까페라는 간판을 달고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의 보드카페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실상 사설 도박장이야. 포인트를 사고 그걸로 술을 마시거나 포커대회 출전권을 사는 보통의 K 홀덤 펍과 달리 홀덤 카페는 다 캐쉬로 칩을 사서 나중에 캐쉬로 바꿔갈 수 있어. 그러니 오늘 많이 따라."
"소연이랑 내가 30분마다 번갈아 딜링하니까 오늘 우리 끝날 때까지 집에 가면 안 돼. 알았지?"
"오오 그래 그래. 집에 가면 안 돼. 아니 안 갈 거야. 절대 못 가지 헤헤."
잭슨 보드카페 사장 김웅배는 카페로 들어서는 소연과 태희를 보자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했다.
"야! 이쁘다 이뻐. 오늘 팁 많이 받겠는데. 오늘도 잘 해봅시다. 홧팅!"
"네! 오빠!"
철진과 천강은 '오빠!' 라는 소리가 왜 그렇게 간들어지는지 오늘 소연과 태희의 이상한 매력에 빠져서 벌써 정신 못 차리고 헤롱거렸다. 웅배가 처음 온 철진과 천강이 궁금해서 소연과 태희에게 물어보았다.
"이분들은 누구셔? 처음 온 손님이신 듯한데..."
"저희도 여기로 오다가 만났는데, 오늘 처음 온 손님 맞구요. 저희 친구들이에요. 이쪽은 철진, 이쪽은 천강입니다."
"권철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용천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잭슨 보드카페 안에는 한 테이블에 10명에서 12명까지 앉을 수 있는 홀덤 테이블이 6개 정도 굴러가고 있었다. 2개 정도가 비어있었는데 천강이와 철진이가 들어오고 나서 금방 자리가 찼다. 철진과 천강은 소연이 알려준 대로 칩을 구매하러 카운터 뒤편 후미진 곳으로 가자 뱅킹을 보는 카운터 여직원이 물어보았다.
"칩 얼마 치 드릴까요?"
"이 친구랑 저 각각 20만원 어치 바꿔주세요. 아 맞다 오늘 처음 왔다고 말해라고 하던데요."
"네, 여기 20만원 칩이랑 처음 오셨으니 5만원 보너스에 얼리 버드로 2만원 더 추가 보너스입니다. 많이 따세요."
"우와! 땡잡았네요. 벌써 7만원 벌었네요. 흐흐."
"(카운터 직원이 측은한 눈빛으로 환하게 미소지어주며) 그러게요. 호호. 오늘 대박나세요. (속으로) 쪽박이나 안 차면 다행이지."
철진과 천강은 칩을 들고 6명의 손님이 이미 앉아 있고, 소연이 딜러를 맡은 테이블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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