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만남

인연

by 김하록

# 18. 새로운 인연

[오크우드 프리미어 5층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환영 연회]


로스쿨 회장: 안녕하십니까? 제13기 로스쿨 회장 김성주입니다.


[박수갈채 소리]


김성주: 오늘 이 모임은 여러분의 서울대 로스쿨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입니다. 로스쿨 올 정도면 다들 여유가 있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끼 식사를 위해 이곳에 오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기 위해서 선배님들이 나섰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로펌인 KJ의 대표 변호사님이신 유정식 선배님을 모시겠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정식: 반갑습니다. KJ의 유정식 변호사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대한민국 법조계는 굉장히 좁습니다. 사법고시를 보던 시대에도 그랬지만, 로스쿨이 시행된 이후에도 서울대가 전체 로스쿨 합격률에서 83.4%로 단연 압도적입니다. 이 말은 여기 있는 여러분 거의 다 합격한다는 뜻이고, 누군가는 판사로, 또 누군가는 검사로, 또 누군가는 저와 같은 변호사로서 일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을 대부분 읽어보셨을 겁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이 정의라는 것이 참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 정의, 사회적 정의, 국가적 정의가 충돌하고, 여러분이 혼자 힘으로 그런 갈등과 고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절대 좌절하지 마시고, 단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에게는 그런 과정을 먼저 겪고 이겨낸 선배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시기 바랍니다.

김성주: 선배님! 와인도 시켜도 됩니까?

유정식: 그럼요. 이렇게 즐거운 자리에 술이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유진성과 같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있는 최정원]

최정원: 안녕하세요, 전 최정원이라고 합니다.

유진성: 아 예, 유진성이라고 합니다. 여기 젊은 학생들 천진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에요?

최정원: 아 저 기억나지 않으세요? 아까 수업 끝나고 그냥 가시려고 한 거, 제가 같이 가자고 억지로 데려온 바로 그 학생이에요.

유진성: 아니 이럴수가!

최정원: 네, 알아요. 이게 소위 화장빨이라는 거예요.

유진성: 아 네네.

최정원: 아 놔! 그렇다고 바로 수긍을 하면 어떡해요? 빈말이라고 원래 이쁘다고 해야죠.

유진성: 아 미안해요. 제가 원래 좀 말주변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알고 같이 가자고 강권하신 거죠? 전 나이도 많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

최정원: 뭐 학벌, 학점, 나이를 보면 그렇죠. 그렇지만 유진성님이 법학적성시험 LEET에서 서울대 로스쿨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합격하신 건 모르셨나 봐요?

유진성: 예? 제가요?

최정원: 네. 유진성님이요.

[최정원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유정식]


유정식: 아이고! 최정원 양! 이렇게 또 보니 정말 반가워요. 그런데, 이분은?

최정원: 선배님! 먼저 알아보시고 이렇게 와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입학 동기들에게도 그러시면, 저들은 아마 몸 둘 바를 모를 거예요. 이쪽은 신경 쓰지 마시고, 선배님의 그 하해와 같은 은혜를 다른 동기생들에게 베풀어주시죠?

유진성: 유진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 분은 서로 아시는 사이입니까?

유정식: 아 모르셨습니까? 최정원 양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최정원: 아저씨!

유정식: 아 이런! 정원 양 미안해요. 제가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만 실수를 했네요.

최정원: 아저씨 때문에 좋은 분위기 다 망치고 이분한테 선입견만 심어줬잖아요?

유정식: 이 사람이 도대체 뭐라고?

[최정원의 눈빛이 사나워지자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리는 유정식 변호사]

[유정식을 따라서 최정원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다가오던 김성주도 얼른 몸을 돌린다.]

유정식: 저는 저쪽에 볼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최정원: 네, 어서 가보세요.

유진성: 그래도 오늘 밥값을 내주시는 분이신데, 너무 하신 거 아니예요?

최정원: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전 단지 진성 씨와 백지상태로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유진성: 전 사람의 지위나 신분 같은 것에 아예 무관심한 사람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최정원: 정말요? 정말 그렇게 저를 대해주실 수 있나요?

유진성: 네, 여기 있는 다른 학생들처럼요.

최정원: 아 갑자기 뭔가가 빠진 듯한 이 서운한 느낌이 뭘까요?

유진성: 뭐가 서운하세요?

최정원: 저를 다른 학생들처럼 대하겠다는 부분요. 그냥 선입견 없이 대하겠다 OK, but 다수와 같이 도매급으로 대하겠다는 No!

유진성: 전 정원씨 같이 젊으신 분이 관심 가질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이미 결혼한 유부남에 아이들도 둘이나 있으니까요.

최정원: 아이 참! 누가 결혼하재요? 그냥 친하게 지내자는 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유진성: 네, 좋습니다. 그런 의미라면요.

최정원: 그럼 우리 오늘부터 친구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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