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바자우의 진주

by 김하록

푸우! 거칠게 숨을 몰아 쉰 후 펄은 자신의 몸보다 세배는 커보이는 철진의 머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린 후 철진을 자신의 주거인 뽄도한 수상가옥로 데리고 가서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이 흥건한 상태로 펄이 혼신의 노력으로 수십 회 가슴을 압박하고 그때마다 입으로 철진에게 공기를 주입하기를 십 여 차례. 푸확! 하는 소리와 함께 철진은 입속에 있던 물을 토하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


아직 의식은 몽롱했고 한참 더 시간이 흐른 뒤 정신을 차린 철진은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수근거리는 펄과 그의 엄마 바니따와 언니 띠누가 점점 또렷이 보이기 시작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몸은 천근만근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생명의 은인이란 말이지! 내가 어떻게 갚아야 하지? 뭘로 갚을 수 있을까? 갚을 수는 있는 거야?"

"무슨 생각해요?"

"응 아무것도 아냐. 구해줘서 고마워."

"운이 좋았던 것 뿐이에요. 때마침 거기서 제가 잠수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펄은 바자우족 중에서 실제로 바다에서 잠수를 하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어떤 사내아이나 아저씨들보다 잠수 실력이 뛰어났다. 바자우족이라면 보통 어떤 도구도 없이 수심 70미터까지는 기본으로 잠수할 수 있지만 펄은 그보다 두 배 정도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그야말로 불가사의였다.

철진이 깨어나자 펄의 엄마 바니따와 언니 띠누는 열대식물 카사바와 바나나를 섞은 방기까유를 뭉쳐서 따메라를 만들어 철진에게게 먹으라고 주었다. 생명을 구해준 것도 모자라 생면부지인 자신에게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다니 참으로 고마웠다.


"맛있네요. 정말 고마워요."

철진은 찹쌀 도너츠와 같은 달콤한 맛이 나는 따메라를 다 먹고서 펄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전, 사랑가니 해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술라 해 인근에서 바자우족의 최고 잠수 기록을 깨려고 도전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기절한 채 물속으로 계속해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어요. 눈도 감겨있고 움직임이 이상해서 의식을 잃었다고 판단되어 온 힘을 다해서 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거예요."

"펄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는데, 왜 그랬어?"

"그땐 오직 짐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랬었구나, 펄! 다시 한번 고마워! 그런데, 바자우족 최고의 잠수 기록은 누가 갖고 있는 거야?"

"저예요. 제가 맨몸으로 139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기록을 깨고 150미터 이상에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오! 그래? 대단한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까지 잠수할 수 있는 거야? 나도 배울 수 있을까?"

"음! 잘은 모르겠어요. 그런데, 왠지 짐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정말? 그럼 나도 당장 배우고 싶은데 괜찮을까?"

"오늘은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도록 하세요. 그런 다음 내일부터 같이 잠수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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