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자국

처음이 힘든거야.

by 김하록

# 24. 두 발자국

[1달 뒤 서울대 포스코 스포츠센터 1층 다목적 체련장]

[주짓수 기본 드릴을 연습하고 있는 최정원과 유진성]

[기본 드릴이 끝나고 암바에 대해서 설명하는 유진성]

유진성: 잘 봤지? 할 수 있겠어?

최정원: 네, 한번 해볼게요.

유진성: 두 다리는 꼬지 말고 일자로 쭉 뻗어주는게 더 좋아.

최정원: 네, 알겠어요.

유진성: 그리고 내 엄지손가락이 하늘을 바라보도록 당겨야 해.

최정원: 이렇게요?

유진성: 그렇지. 잘했어. 당분간 상대방이 공격하러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가드랑, 가드 패스에 집중하고, 공격은 암바만 죽으라 연습하도록 하자.

최정원: 네, 오빠!

유진성: 근데, 정원이 너 꽤 근성이 있다. 난 한 일주일만 하면 나자빠질 줄 알았는데, 잘 따라 오네.

최정원: 그럼요. 누구한테 지도받는데, 열심히 해야죠. 이걸 저녁에도 배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거기까지는 바라면 안 되겠죠?

유진성: 나 로스쿨 다닌다고 방학 전까지는 매일 심야 근무해야 하는 거 알잖아?

최정원: 피! 나도 알거든요. 그래도 심심한 걸 어떡해요?

유진성: 또래 아이들 좀 만나고 그래. 그럼 나 같은 늙은이는 쳐다도 안 볼걸.

최정원: 제 눈에 차야 말이죠. 어디 오빠의 젊은 버전 있으면 당장 달려갈 텐데.

유진성: 어딘가에 있을 거야.

최정원: 피! 좀 서운해하고 질투도 하면 안 돼요?

유진성: 내가 어디가 좋은 거야?

최정원: 그냥요. 오빠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유진성: 어떤 면에서?

최정원: 오빠의 그 미친 언어능력도 그렇고, 스펀지보다 더한 흡수력도 그래요. 뭐든지 보는 순간 알고, 듣는 순간 그 심오한 곳까지 이미 통달하잖아요?

유진성: 너 그런 이유로 나랑 어울리는 거라면 내가 중간고사에서 꼴등 하면 쳐다도 안 보겠다?

최정원: 난 오빠가 무조건 일등이라는 거에 내 모든 걸 걸 수 있어요.

유진성: 눈에 뭐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어.

최정원: 그런 거 아니에요.

유진성: 그럼 어째서 나 같은 변방의 오랑캐 같은 사람이 일등 할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는데?

최정원: 그런 게 있어요. 전 제 느낌을 믿어요.

유진성: 나를 그렇게 철석같이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네. 오후 수업 늦겠다. 얼른 씻고 나와.

최정원: 네, 오빠!

[블루 마린스]


황성근: [머리를 말리는 희수를 유혹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희수 씨! 많이 늘었어요. 이번 주 토요일에 동호회에서 바다 수영 가기로 했는데, 희수 씨도 같이 가지 않을래요?

정희수: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며] 바다 수영요?

황성근: 네, 희수 씨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정희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황성근: 뭐가 걱정이에요? 제가 있는데.

정희수: [잠시 고민하더니] 네, 그 그럴게요.

황성근: 그럼 자세한 시간과 장소는 따로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희수 씨 전화번호 좀 찍어주세요.

[황성근의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송신 버튼을 누르는 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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