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무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에 상황이 일대 급변하는 일이 벌어졌다. 진술 거부권으로 일관하던 피의자들이 새벽 2시가 되자 태도가 일제히 표변하여 진술 조서 작성과 소변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나왔다.
"어이 권형사! 일 안 하고 뭐하고 있어? 이거 업무 태만이야. 빨리 진술 조서 작성도 하고 소변도 채취해야 할 것 아냐?"
"(비아냥대며) 네네. 알겠습니다. 모발 채취 하는 것도 협조해주시죠."
"그건 곤란해. 우리 나이에 얼마 남지 않은 피 같은 모발을 어떻게 자른다 말이야. 그걸 채취하려면 압수수색 영장 청구해."
"네네, 검사장님! 이미 청구했습니다."
"뭐! 이미 청구했다고? 아하하하! 아하하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잘했네 잘했어. (주변을 둘러보며)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곧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왜 그리 자신만만한 겁니까?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요."
"이 사람이. 누가 죄를 지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너네들 전부 부당하게 체포한 것에 대해 죗값을 치를 준비나 해두라구."
"(냉소적인 말투로) 네 네. 어련하시겠습니까! 조팀장 소변 검사는 한다니까 소변 채취해서 간이 시약검사하고 나머지 다 국과수로 바로 보내도록 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하면 내 너그러이 넘어가 줄 수도 있는데 말야. 어떻게 하겠나? 그만 보내주시지?"
"그렇게는 못 합니다. 꼼짝 말고 48시간 동안 여기서 편히 쉬다가 감빵 가세요."
"그 사람 꽉 막혔구만.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반드시!"
25시간 경과 후 한 소변 검사 결과는 당연히 코카인 음성 반응으로 나왔다.
"(분노와 당혹감이 점철된 표정으로) 저 계장님! 마약 투여와 성폭행 관련 구속영장이랑 압수수색 영장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음으로 모두 기각됐습니다."
"뭐? 김지현씨 소변 검사에서 코카인 양성 반응, 김지현씨 성폭행 진술, 현장에서 압수한 마약이 증거 자료로 첨부되었는데도 이게 말이 돼?"
"그게 현장에서 압수한 마약도 설탕과 소금이랍니다. 우리가 분명 확인을 했는데 누가 바꿔치기한 모양입니다."
"내부에 공모자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도대체 어디까지 썩은 거야? 어디까지."
"그리고 김지현씨만 따로 상습 마약투여죄로 따로 구속영장 청구해서 올리랍니다."
"뭐? 이런 미친! 수사에 협조한 사람은 죽이고, 그렇지 않은 법비들은 모조리 살려준다고. 안돼 그건 절대 안 돼. 난 못해."
"그게 다가 아닙니다. 지금 저들을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불법 감금죄로 다스리겠답니다."
"아 씨발! 아아 씨발! 이게 나라야 마귀들의 소굴이야?"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내가 말했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네에 네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멀리 안 나갑니다."
"(이를 뿌드득 갈며) 음!"
"검사장님! 제가 밑에 사람들을 잘못 관리해서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살펴가십시오."
"청장! 나중에 따로 한번 봅시다. 대검 중수부에서 한번 보지요."
"아이쿠! 죄송합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정세민 대장! 자네도 무사하지 못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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