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품다

비행능력

by 김하록

아침에 나서기로 한 일정은 결국 그 둘의 사랑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가 되어서야 나설 수 있었다. 철진과 펄은 멋지게 정장을 한 채로 먼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에서부터 투어를 시작했다. 펄에게는 모든 게 첫 경험이었고, 모든 장소와 그 속의 문화가 모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도서관에서 이것 저것 자료를 검색하고 책을 몇 권 읽은 다음에 철진과 펄은 도서관을 나서서 킬다 스트리에서 산책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걷다가 브라이튼 해변에 다채로운 색상으로 쭉 늘어선 독특한 풍경인 Bathing Boxes를 보았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철진과 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브라이튼 비치를 벗어나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중간에 채플 스트리트에 있는 Pidapipó Windsor로 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철진과 펄을 보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앞줄에 서있던 이들도 호기심에 자리를 옮겨 철진과 펄의 바로 뒤에 줄 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앞줄은 약 반 정도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철진과 펄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 차례가 왔을 때 블루베리 마스카포네에 블루베리 잼과 초콜릿 크럼블로 만든 젤라또 2개를 시켜서 들고 나와 사우스 뱅크 쪽의 야라 강변을 향해 걸어갔다.

Yarra Botanica 식당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전부다 철진과 펄을 바라보고 있었다. 셰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나 가수들보다 더한 관심을 받으며 철진과 펄은 야라 강변이 보이는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로렌이라는 웨이터가 와서 친절하게 인사를 하면서 메뉴를 건네주며 주문을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전 로렌이라고 해요. 두 분 정말 눈이 부시네요. 여기 메뉴판 보시고 뭘 드실지 정하셨으면 말씀해주세요."

"펄! 뭐 먹고 싶어?"

"음, 먼저 Classic Tomato Pizza, Local Octopus, Blue Fin Tuna Ceviche, Rainbow Trout Donut, Duck Liver And Cherry Pate, Hot Chips, Crispy Wattlebank Farm Tempura Mushrooms, Fried Calamari, Pork & Kangaroo Sausage Rolls, Mount Zero Olives 2개, 그리고 생맥주 두 잔 주세요."

"펄! 원래 이렇게 많이 먹었어?"

"아뇨, 그런데 요즘 음식을 보면 자꾸 배에서 '더 더 더'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요."


눈치 빠른 웨이트리스 로렌이 다시 한번 주문한 것을 쭉 반복하며 맞는 지 확인했다.


"그러니까 토마토 피자, 로컬 문어, 참치 세비치, 송어 도넛, 오리간, 감자튀김, 뎀뿌라 버섯, 오징어 튀김, 돼지 & 캥거루 소시지 롤, 올리브 2개, 생맥주 두 잔 맞나요?"

"네, 맞습니다."


펄이 재확인 시켜주자 로렌은 정중하면서도 유쾌하게 인사를 하며 주문표를 주방에 전달하고는 쪽지에 뭔가를 적어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철진에게 건네주었다. 쪽지를 펼쳐본 철진은 입이 귀에 걸리며 펄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며 펄을 따듯하게 포옹해주었다.


"짐! 갑자기 왜 그래요? 쪽지에 뭐라고 적혀 있는데요?"

"응, 펄이 우리의 아이를 임신한 것 같다고 하네. 정말이야?"

"아 정말요? 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요 몇 일 정말이지 먹어도 먹어도 뭔가 허기진 느낌이 드는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펄! 많이 먹어. 그리고 생각나는 거 있으면 다 말해. 뭐든지 구해줄 테니까."

"네, 짐! 믿어지지 않아요. 제가 짐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이요. 그러니까 제 뱃속에 짐의 분신이 살고 있다는 거네요?"

"확실한 건 배로 돌아가 티모시 박사에게 진찰 받아보면 알겠지만, 내 생각엔 그런 것 같아."


철진과 펄은 주변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시선을 받으며 서로를 끌어안고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자신들을 바라보믄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치자 철진은 로렌을 불러서 모든 사람들에게 맥주나 칵테일을 한 잔 대접하고 싶다고 말하자 로렌이 그 사실을 주인에게 전달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취향에 따라 칵테일과 생맥주 한잔을 돌렸다.


"먼저 너무 기쁜 나머지 순식간에 이루어진 저희 부부의 핫한 키스신은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여러분과 함께 이 기쁜 순간을 함께 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다 같이 치얼스!"


그렇게 시작된 야라 강변에서의 낭만적인 저녁 식사를 다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철진은 자신에게 쪽지를 전해준 웨이트리스 로렌에게 팁으로 무려 10만 달러를 주었다. 계산을 하던 로렌은 손이 덜덜 떨리며 재차 철진에게 이게 맞는 건지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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