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를 품다

새로운 힘

by 김하록

서풍표류를 타고서 칠레를 향해 나아가던 어느 날, 철진과 펄은 티모시 박사를 다시 찾았다.


"박사님! 몇 일 전에 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입에서 어떤 액체가 분출되어서 상대방의 눈에 들어가 즉사를 했는데, 제 몸에 어떤 신체적인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회장님도 그렇습니까?"

"아니 전 아직 그걸 경험하지는 못했는데, 펄에게 신체적 변화가 있다면 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MRI와 AI 3D 스캔으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미세한 변화라도 좋으니 자세히 한번 살펴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철진과 펄의 신체를 검사하던 티모시 박사는 MRI와 3D 스캔 영상을 보더니 갑자기 사색이 되어서 기겁을 하며 손을 덜덜 떠는 것이 아닌가?


"박사님! 뭘 보고 그리 놀라시는 건가요?"

"이건, 도대체가 인간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까지 무섭도록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건가 싶어서요. 여기 스크린을 보시면, 이게 회장님과 사모님의 송곳니를 3D로 스캔해서 확대한 것입니다. 회장님과 사모님 송곳니가 3단으로 진화하여 평소에는 저희의 송곳니와 차이가 없지만, 위기를 느끼거나 분노하면 뱀의 독니처럼 튀어나오게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송곳니와 연결된 곳에 그러니까 독을 저장해두는 독샘 마저 생겨났습니다. 이게 그동안 저희가 주입해온 보톨리눔 H형의 독만큼 강하다면, 회장님과 사모님의 송곳니를 통해서 나오는 독 만으로도 능히 수 천만 명 아니 수십 억 명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상태입니다. 회장님과 사모님은 이미 보톨리눔 H형 독소를 아무리 맞아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내성이 생기신 데다가, 그 이상의 독을 만들어 내실 수 있는 능력마저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회장님과 사모님의 독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압니다. 회장님과 사모님의 독이 어떤 효능이 있는 지를 실험하는 것조차 일반 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사모님의 학식이 저를 초월한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나중에 사모님이 직접 실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장님이 늘 궁금해 하셨던 것처럼 독이 과연 티타늄이나 그보다 강한 금속조차 녹일 수 있는지 말입니다."


"박사님! 잘 알겠습니다. 일단 땀 좀 닦으시고 물 좀 드시면서 진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사모님! 너무 짧은 시간에 생명의 놀라운 진화를 목격하게 되어서 그야말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철진과 펄은 그렇게 완전히 다른 신인류로 거듭났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인 보톨리눔 H형의 독소에도 전혀 영향을 안 받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 내에 생성된 독의 기운으로 인해 몸의 기동성이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쫓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 결과 절체절명의 순간에 지열과 바람의 흐름을 타는 법까지 익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날개를 달고 지상 최강의 무기를 한 몸에 모두 장착한 것이다. JEWELS호는 서풍 표류를 타고 가다가 다시 페루 해류를 타고 칠레의 칠로에 섬에 배를 정박했다.


"우와! 짐! 여긴 차가운 바람이 제일 먼저 저희를 반겨주네요."

"펄! 추워?"

"아뇨! 정말 시원하고 좋아요. 제 몸에 독이 생성된 이후 추위와 더위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걸 잘 알잖아요?"

"하긴 그렇지! 내가 쓸 데 없는 질문을 했군."

"쓸 데 없진 않아요, 짐! 당신이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 전 너무 좋아요."

"여긴 호주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네. 저기 알록달록한 다채로운 색깔의 수상 가옥들을 봐!"

"우와, 정말이지 저 Palafitos 저희 바자우족의 뽄도한과는 다르게 형형색색 칼러플하고 매력적이네요."


철진과 펄은 칠로에 섬 내부로 들어가면서 정말이지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교회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우! 이 섬은 크기도 큰 데다가 산과 나무가 많아서 자연 경관도 빼어나지만 각각 저마다 독특한 모양과 색체를 가진 저 교회들이 정말 멋진 것 같아."


철진이 카스트로 교회를 보면서 펄에게 소감을 말하자 펄도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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