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하다

by 김하록

권도식과 이동춘은 감천항 부두상황실로 가자 대여섯 명의 직원들이 입항과 출항을 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권도식은 예의상 인사와 간단한 소개를 했고,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아이고 수고가 많심니더. 저는 광수대서 일하는 권도식이라고 합니다."

"네, 이만성이라고 합니다. 근데 여는 어쩐 일인교?"

"뭐 겸사겸사 왔심니더. 근데 여기 하루 평균 몇 명 정도가 이 감천항을 통해 입국합니까?"

"네, 매일매일 다르지만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 합치면 하루에 대략 5천여 명 즈음 될끼라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입출항을 하네요."

"엄청난 숫자지예.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아입니까."

"혹시 아프리카 국적으로 입항해서 시내로 들어간 사람들 좀 있습니까?"

"최근 들어서 제법 들어오기는 합니다만, 오늘은 아직까지 없네예."

"네, 감사합니다. 욕 보이소!"


권도식은 감천항 부두상황실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는 이동춘과 감천항로를 타고 가다가 우회전해서 낙동대로, 망양로를 타고 초량로까지 쭈욱 달리다가 초량동 차이나타운 공영주차장에서 차를 대놓고 거기서부터 도보로 차이나타운 장성향으로 향했다.


"행님! 영화 올드보이 봤심니꺼? 여기 올드보이에 나온 중국집이 있다 아입니꺼. 거기서 삼선짬뽕이랑 군만두 하나 시켜 묵고 바이칼로 움직입시더. 장성향 삼선짬뽕에는 토실토실한 문어가 잔뜩 들어있어 내용도 풍부하고 맛도 끝내줍니다. 짬뽕이 땡기지 않으면 간짜장도 괜찮구예."

"그래 마 장성향인가 뭔가 함 가보자.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금새 허기가 지네."


얼마 걷지 않아서 바깥 창문에 올드보이의 주인공인 모자이크 형태의 최민식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장성향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성향 내부는 전통적인 중국집 원형 테이블과 직사각형의 테이블이 나란히 놓인 그리 크지 않은 오랜 세월과 함께 원색의 빛이 바랬지만 옛 정취가 물씬 나는 그런 분위기였다.


"행님! 간짜장과 삼선짬뽕 중에 뭐 드실랍니까?"

"나도 삼선짬뽕으로 먹을게."

"여기요. 삼선짬뽕 2개랑 군만두 하나 주이소."


잠시 후 큼지막한 사이즈의 군만두 7개가 든 접시가 먼저 나와서 간장에 식초와 고추가루를 좀 넣어서 먹어봤다. 적당한 두께의 만두피 속에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서 한 입 크게 베어 먹으니 부드러운 고기와 야채의 육즙이 터져나왔다.


"오, 이거 별미네! 맛있네!"

"요기 대게 유명하다 아입니꺼. 시간이 좀 일러서 올드보이 오대수가 묵던 자리에 지금 저희가 앉은 기라예. 짬뽕 나왔네예. 짬뽕도 얼큰하니 끝내줍니다. 한번 드셔 보이소."


권도식과 이동춘은 장성향에서 군만두와 삼선짬뽕으로 끼니를 해결한 후 차이나타운에 인접한 러시아 텍사스촌인 TEXAS STREET로 넘어가서 BAIKAL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팔에 진한 문신을 한 러시아 디제이가 일렉트로닉 성향의 음악을 신나게 믹싱해서 틀어주고 있었고, 러시안들 못지 않게 태국과 필리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그렇게 빽빽하게 들어차지는 않았다. 디제잉 공간 옆 무대에서 끈팬티와 겨우 젖꼭지만 가린 브라자를 차고서 러시아 미녀들이 릴 웨인의 "Lollipop" 음악에 맞춰 원색적으로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 앞 공간에서는 그녀들을 보고 러시아인들을 포함한 외국인 남녀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마약을 거래하려면 여기 1층 클럽보다는 화장실이나 2층에서 거래를 할 것 같은데..."

"오데예. 사람들 꽉 차면 잘 보이지도 않으니까 스리슬쩍 건네주기도 좋지 않겠심니꺼?"

"일단 여기는 좀 정신사나우니까 2층 가라오케로 올라가서 좀 앉아있다가 이따 다시 내려와 보자."

"그랍시다. 근데 행님! 여기 얼라들은 여차하면 총부터 쏘고 본다 아입니꺼. 그라니까네 무대뽀로 잡을라카먼 절대 안 됩니더. 일단 간부터 보고 천천히 행동하입시더."

"알았으니까 일단 올라가 보자."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하록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삶과 생존의 문제에서 갈등과 고뇌를 자양분 삼아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 김하록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