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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하다

by 김하록

카리나는 케타민 5그람을 프라잉팬에 올리고 물을 부어서 액체처럼 만든 다음 가스레인지로 가열해서 물을 증발시켰다. 그런 다음 매끈한 유리 위에 올려서 커터칼로 곱게 썰어서 다져준 다음 용량을 달리해서 대략 10개 정도 라인을 만들어서 권도식에게 첫 라인을 흡입해보라고 했다. 그때 권도식은 이동춘과 시선을 교환한 다음 권총을 빼들고 소리쳤다.

"꼼짝마! 움직이면 쏜다! 너희들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하여 마약을 밀반인하고 매매한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너희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이런 개쌍노무 짭새새끼가! 이건 함정 수사야! 당장 풀어줘!"

"그런 건 경찰서 가서 따져. 화통을 삶아 먹었나 왜 이렇게 시끄러워!"

권도식이 카리나에게, 이동춘이 나타샤에게 수갑을 채우려는 찰나에 이고르가 권도식을, 미하일이 이동춘을 향해 몸을 날려서 삼보기술로 넘어뜨리려 했다. 탕! 탕! 탕! 철컥! 공포탄에 이어서 실탄이 이고르의 허벅지를 관통했고, 이동춘은 공포탄에 이은 연속 격발이 잼이 걸려서 당황하던 중에 뒤를 돌아간 미하일에게 백초크를 당하는 중이었다. 권도식은 주저앉은 이고르를 발로 차서 기절시킨 후 권총으로 미하일의 정수리를 겨누었다. 미하일이 초크를 풀고 손을 들자 수갑을 채웠고, 이동춘은 그 사이 카리나와 나타샤, 젠나의 수갑을 채웠다. 방안에 들어와 있던 유리와 드미트리가 총을 꺼내드는 순간 권도식은 지체 없이 권총을 발사해서 유리와 드미트리의 이두박근과 오른 어깨를 관통해서 총을 떨어뜨렸다.

"동춘이 빨리 떨어진 총기 회수하고 지원 요청부터 하도록 해."

"네, 행님! 알겠심더!"

이동춘이 핸드폰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동안 권도식은 유리와 드미트리의 수갑을 채웠다. 출입문 앞을 지키던 거대한 북극곰을 연상시키는 덩치의 보로닌과 글루코프는 총소리가 나자 안으로 들어와 내실로 들어서는 문을 걷어차서 박살내고 그대로 권도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권도식은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겨서 보로닌의 허벅지를 겨냥했지만 몸을 낮춰서 돌진하는 바람에 보로닌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보로닌 뒤에서 같이 달려들던 글루코프는 이동춘을 덮쳐서 파운딩을 내리쳤고 이동춘은 그대로 기절했다.

이동춘이 기절한 걸 확인한 글루코프가 몸을 돌려 권도식을 공격하려 했지만 권도식이 글구코프의 허벅지를 겨냥해 총을 발사했지만 옆에 있던 미하일이 어깨로 밀치는 바람에 빗나갔다. 미하일을 오른손 훅으로 한방에 기절시킨 후 자세를 가다듬고 잽싸게 총을 격발했지만 철컥! 철컥! 빈 공이 치는 소리만 나자 글루코프는 씨익 "넌 이제 뒈졌어"라는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안 권도식은 총을 내려놓고 씨익하고 맞미소를 지었다.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글루코프가 권도식을 향해 달려들어서 허리를 움켜잡고 그대로 척추를 절단하려고 했으나, 권도식은 오른 팔꿈치로 글루코프의 후두부와 등을 사정 없이 내리쳤다. 글루코프가 권도식의 그런 공격을 필사적으로 버텨내고 권도식의 허리를 더욱 조여오며 척추를 부러뜨리려는 순간, 권도식은 식탁위에 놓여진 케타민을 움켜쥐고 글루코프의 눈과 코에다 마구 비벼댔고, 양손목으로 글루코프의 관자놀이를 연속적으로 가격해서 겨우 떨쳐냈다.

눈을 깜빡거리며 시야를 확보하려는 글루코프가 희미하게 권도식의 얼굴이 보이자 다시 달려들려고 하는 그 순간 탕 소리와 함께 글루코프가 쓰러졌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이동춘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잠시 후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마약수사계 형사들을 태운 순찰차 5대와 1대의 봉고차가 와서 러시아인 마약사범 십 여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서 마약수사계로 연행했다.


부산에서 마약수사관으로서 권도식의 첫 행보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요란하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과 YTN, JTBC 등 케이블 방송사에서 아침 뉴스로 권도식과 이동춘이 체포한 이고르 부부의 해시시 오일 1kg 밀반입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YTN: 경찰은 어제 저녁 부산 텍사스촌에서 국내로 마약의 일종인 해시시 오일 1kg을 밀반입한 러시아인 이고르 부부와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입한 외국인 등 총 24명을 검거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JTBC: 이들 부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구입한 해시시 오일 1㎏(5천명 동시 투입분, 2억원 상당)을 러시아 상선을 이용해 강원도 동해항 보세구역으로 밀반입한 뒤, 부산지역 등에 거주하는 러시아인과 우즈베키스탄인 등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MBC: 그동안 마약청정국으로 오랜 명성을 지켜왔던 한국도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님을 알리는 또 하나의 마약밀반입 사건이 어제 밤 부산 텍사스촌에서 발생했습니다."

"KBS: 이고르씨 부부는 경찰 검거망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이용해 해시시 오일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평소 안면이 있던 부산 동구 초량동 텍사스촌 주점의 외국인 종업원과 선원 등에게 자신의 대포폰 번호가 기재된 명함을 돌린 뒤, 이를 보고 전화를 한 구매자가 대포통장에 돈을 입금하면 자신의 부인을 시켜 해시시 오일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SBS: 판매책 C씨 등은 해시시 오일이 든 캡슐과 흡입 전용담배를 묶어 수십 회에 걸쳐 판매하고 잔량 357.75g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D씨 등 15명은 마약 판매상들로부터 해시시 오일을 구입해 10회 정도 흡연하고 해시시 오일 2.54g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TBC: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월 러시아 선박을 이용해 해시시를 밀반입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밀거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정원 부산지부 등과 공조해 총 4개월간에 걸친 추적 수사로 마약사범 24명 전원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마파람 해물찜 시청직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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