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 자연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마뿌체족의 음식을 함께 나눈 후 철진과 펄은 그곳에서 꽤 오래 머물면서 마뿌체족의 젊은 전사들에게 도끼를 사용하는 무술인 풍뢰부법을 전수해주었다. 신의 반열에 오른 철진에게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부술을 배운 마뿌체족의 젊은 전사들은 철진을 진심으로 존경하여 그들의 전시 지휘관인 Toqui라고 불렀다.
"짐! 당신을 또끼라고 부르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요?"
"응! 그건 도끼를 가진 자로서 전시지휘관을 말해."
"그럼 당신이 이들 전사 집단의 지휘관이 된 거네요."
"꼭 그렇다기보다는 풍뢰부법을 가르쳐준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그렇게 호칭하는 게 아닐까 싶어."
마뿌체족에게 풍뢰부법을 전수한 후에 철진과 펄은 낮은 구릉과 잔잔한 호수로 이루어진 마을 라고 부디를 떠나서 다시 Jewels호에 승선한 후 마뿌체족을 사랑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 망명 길에서 돌아오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지냈던 이슬라 네그라를 향해 출발했다.
"짐! 이슬라 네그라에는 무엇을 위해서 가는 거예요?"
"응, 내가 펄을 만나고 아버지의 유언에 대해서 말해준 것 기억나?"
"네! 그리고 아이린 언니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것도요. 언니는 지금쯤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르고 있겠죠?"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린에게 좀 무심했네. Jewels로 돌아가면 아이린을 보러 가기 전에 전화 먼저 해봐야겠는 걸."
"네, 짐! 그리고 나중에 한번 찾아가 보세요. 일본에 계시다는 소연 언니도요. 제가 함께 가도 싫어하지 않는다면 좋겠는데, 아이린 언니와 소연 언니의 마음을 아직 모르니까 짐이 먼저 다녀오세요."
"펄은 참 마음씨도 고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그럼요! 아버님의 유언이 있고, 또 그런 게 없다고 해도 전 짐의 모든 생각과 결정은 물론이고 짐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존중해요. 그러니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아도 돼요. 그런데, 이슬라 네그라와 아버님의 유언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예요?"
"응, 아버님의 유언 일부가 있는 '금강'이라는 시를 쓴 신동엽 시인과 이슬라 네그라에서 생을 마감한 파블로 네루다 시인이 서로 다르면서도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많아서 한번 그 자취를 밟아보려는 거야. 특히나 우리가 풍뢰부법을 가르쳐줬던 마뿌체족의 강인한 기질과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을 닮은 그들의 소박한 문화 등 그들의 삶 자체를 아끼고 사랑했지. 그들의 애환을 온전히 공감하면서 스페인 정복자 발디비아에 의해서 아라우카니아 지방의 마뿌체족이 거의 섬멸당했을 때 함께 절망하고 아파하고 아까워했던 시인이야. 네루다는 수많은 마뿌체족의 피가 강이 되어 대지를 적셨던 그 사건에 대해서 매우 슬프게 생각했어."
"아아 대충 듣기만 해도 너무 슬퍼요 짐! 저도 이슬라 네그라에서 그 시인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요."
라고 부디에서 이슬라 네그라로 항해하는 시간이 제법 걸렸기에 시간을 내서 철진은 위성 전화로 먼저 부산에 있는 엄마 유소정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수화기를 통해 생기 없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철진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목이 메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자 대답을 못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잘못 걸었나. 왜 말이 없지..."
유소정이 여러 차례 묻고 나서야 철진은 마음을 진정하고 대답을 했다.
"어머님!"
"응, 누구라고?"
"어머님! 저예요."
유소정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처음에는 그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인지 재차 확인하려는 것인지 철진에게 말했다.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이 가련한 여인을 그렇게 놀리는 거 아닙니다."
"어머님! 저 어머님의 아들 철진이 맞아요. 제가 다 설명드릴게요. 그러니 절대 전화 끊지 마시고 제 말씀 끝까지 듣고 나서 우리 다시 이야기 해요."
전화기 너머로 철진이 죽음을 가장할 수 밖에 없었고, 그동안 해외를 떠돌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자 유소정은 이야기를 듣다가 그동안 켜켜이 억울러왔던 감정이 봇물터지듯 한꺼번에 터지며 대성통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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