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와 오믈렛

by 김하록

"펄! 우리가 Aconcagua 산 정상까지 바로 날아서 갈 수도 있지만, 그동안 급격하게 변한 우리의 신체 능력도 점검해 볼 겸 가장 오르기가 어렵다는 아콩카과 산 South Face 3000미터 수직 벽을 올라서 정상으로 가는 루트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우리 아기에게 무리가 안 갈까?"

"글쎄요. 지금까지 크레바스 밑바닥까지 가서 수 천만 년 된 빙정을 품고 비야리가 화산에서 지구의 화염을 품은 것에 비하면 껌이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러니까 나도 제안한 거구. 그래 한번 우리의 몸 상태도 확인해 볼 겸 도전해보자."

"좋아요, 짐!"

"대신 절대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바로 날아오르도록 해. 이젠 생각 만으로도 날아오를 수 있을 정도로 기의 순환이 폭발적으로 빨라졌으니 별 문제는 없을 거야."

"짐! 남벽으로 가기 전에 혹시 모르니까 배낭에 물과 비상 식량 좀 사서 챙겨가도록 해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철진과 펄은 산티아고에서 물과 비상식량을 산 후 곧 어둠이 내리자 한적한 곳으로 가서 바람을 타고 아콩카과 남벽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철진과 펄은 아콩카과 남벽이 있는 시작되는 지점에서 내려서 서서히 남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둘은 오로지 순수한 육체의 힘 만으로 오른다고 했으나, 이미 그들 속에 자리 잡은 빙정과 화염, 그리고 수 십억 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독이 지닌 에너지가 몸을 움직이자 저절로 활성화되어서 그들의 몸은 깃털보다 가벼웠고, 손은 마치 게코 도마뱀의 그것처럼 작용해서 마치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정상에 도달했다. 펄의 손을 잡아주며, 철진은 자신의 스탑 워치를 보면서 말했다.


"3000미터 수직 벽을 3000미터 육상 세계 신기록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오르다니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 군." "정말요? 저도 오르면서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지 자꾸 의아한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도 이건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가 봐요."

"아무래도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건 분명해. 땀 한 방울 안 나다니."


그들이 남벽의 정상에서 조금 더 올라가 아콩카과 최정상 봉우리에 도달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날씨가 급변했다. 강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펄! 지금이야! 가자구!"

"네, 짐! 이 정도면 금방 마르 델 플라타에 금방 도착하겠는데요."

"그래도 3시간 정도는 생각해야지. 자 신나게 날아보자구!"

"Yes sir!"


철진과 펄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글을 쓰고 아콩카과 정상에서 스카이 다이빙 하듯 두 팔을 벌리고 아래로 뛰어내렸으나 아래로 몸을 숙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바람을 타고 마르 델 플라타를 향해 날아갔다. 중간에 팔 모양과 각도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바람을 더욱 정밀하게 느끼면서 하늘을 날았고, 또 호흡과 기의 순환을 통해서 몸을 무게를 조절해가며 속도도 더욱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나침반을 확인해가면서 그들이 사전에 미리 확인한 방위대로 마르 델 쁠라따를 향해 날아갔다. 철진과 펄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쉐라톤 마르 델 플라타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조용히 호텔 내부로 들어와서 프론트 데스크 갔다.


"저 모바일로 짐과 펄 로저스라는 이름으로 프레지덴셜 스위트 예약했는데, 바로 올라가도 되나요?"

"네, 손님! 잠시만 확인하고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예약한 것이 확인되자 루시아라는 여직원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하고는 직접 객실까지 안내해주었다.


"혹시 이 시간에도 룸 서비스 되나요?"

"네, 손님! 뭐든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만 하세요."

"그럼, 스테이크랑 랍스터 요리 각각 2인분에 최상급 와인 한 병이랑, 시원한 청포도 에이드 두 잔, 그리고 오렌지 쥬스는 큰 병으로 하나 가져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올려드리겠습니다."


철진과 펄은 제일 먼저 옷을 벗고 따듯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는 비행의 피로를 풀었다. 그냥 날아왔으면 그닥 피로감을 못느꼈을 수도 있으나 신체의 운용을 다양한 형태로 극한까지 실험하면서 와서 그런지 조금 피로함을 느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함께 따듯한 욕조에 들어가 몸을 담그자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느새 뜨거운 사랑의 기운이 솟아올라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한 차례 격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나니 벨소리가 들리며 룸서비가 준비되었음을 알려왔다. 철진과 펄은 아쉬움을 조금 뒤로 미뤄둔 채 룸서비서를 받기 위해서 문을 열어주었다. 식탁에 주문한 음식들을 내리고 뚜껑을 열자 정말 군침이 절로 도는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둘은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스테이크와 랍스터 그리고 청포도 에이드와 오렌지 주스를 흡입하듯 먹어 치웠다.


"하하하! 그 녀석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 되려고 저렇게 먹성이 좋은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아빠를 꼭 빼닮아서 그런가 봐요. 호호호!"


준비된 음식을 깨끗이 먹어치우고는 철진과 펄은 각자 깨끗하게 개인위생을 마치고 나오다 눈이 마주쳤고 철진은 펄을 번쩍 안아 들고는 침실로 올라갔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커피를 마신 다음 철진과 펄은 호텔 근처에 있는 요트 클럽으로 가서 요트 한 대를 빌려서 바다로 나갔다. 제법 먼 바다로 나가자 철진과 펄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광어가 잘 잡힌다는 포인트로 가서 바닷속을 마음껏 유영하면서 둘은 1미터가 넘는 크기의 초대형 광어를 무려 열 두 마리나 잡아 올렸다.


"짐! 우리 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응, 펄! 걱정하지마! 다 먹을 수 있어."

"정말요?"

"그럼, 내가 거짓말하는 거 본 적 있어?"

"아뇨, 단 한번도."

"그 봐! 내가 이유를 말해줄까?"

"네! 궁금하긴 해요."

"왜냐면 그거 다 먹을 때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을 거거든. 하하하!"

"에이! 순 엉터리!"


철진과 펄은 자신이 잡은 광어들을 Catedral Restó Mar Del Plata Golf Club 식당으로 가지고 가서 주인에게 두둑한 팁과 함께 초대형 광어 한 마리를 선물로 주면서 자신들이 잡아온 광어를 앞으로 회로 만들어서 간장과 겨자를 따로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철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려주기 위해서 처음에는 광어 회 뜨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회를 다 뜬 뒤에도 광어가 입을 뻐끔거리며 살아 있는 모습을 보자 옆에서 지켜보던 주방장이 입을 떡 벌리고 철진을 바라보았다. 철진은 회를 뜨고 남은 것을 모아서 최대한 한국에서의 매운탕과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서 고추 가루 등 대신할 만한 양념으로 간을 해서 매운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끓여서 다 끓으면 저희에게 갖다 주시면 됩니다.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까 앞으로 5일 동안 한 번은 회와 매운탕으로 다른 경우에는 튀김이나 그 외 주방장이 생각나는 퓨전 요리로 만들어서 주면 좋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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