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피게에서 지열을 이용해서 날아오른 철진과 펄은 바람을 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둘은 그동안 익힌 다양한 동작들과 여러가지 기술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마치 독수리처럼 비행을 즐겼다. 한참을 날아가다 보니 어느덧 해는 지기 시작했다.
바다 속으로 잠기기 직전의 새빨간 붉은 석양을 즐기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요광장을 향해 날아가는데,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에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고기 굽는 냄새가 강하게 묻어왔다. 철진과 펄은 마요광장을 향해 곧장 날아가지 않고 그 냄새를 따라서 LOS TALAS DEL ENTRERIANO라는 식당으로 갔다. 겉은 나무 울타리와 천막으로 둘러싼 허름한 식당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꽤 넓고 잘 정돈된 식당이었다. 철진과 펄은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십자가에 매달아서 굽고 있는 Asado a la cruz의 요리 현장을 보자 입이 딱 벌어졌다. 정말 장작불의 화력과 십자가에 매단 고기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철진과 펄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던 사람들이 철진과 펄의 빼어난 외모를 보고서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이들을 더 기가 막히게 한 것은 철진과 펄의 엄청난 식욕이었다.
"여기 이 가게에서 최고급 와인 한 병이랑, 소의 췌장 Molleja, 피순대 Morcilla, 소의 내장인 Entraña, Tomahawk Steak, Rib Eye Steak 주세요."
"저 손님! 고기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췌장, 순대, 그리고 내장은 잘 익혀서 그리고 도끼 스테이크와 꽃등심은 미디엄으로 익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먼저 식전 빵이 나와서 마늘 소스에 찍어 먹었다. 웨이터가 주문한 와인을 들고 와서 확인을 한 후 코르크 마개를 따서 철진과 펄의 잔을 채워주자 철진과 펄은 건배를 한 후에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모예야와 모르시야 엔뜨라냐가 나와서 철진과 펄은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주변에서는 저렇게 잘 생기고 예쁜 남녀가 어떻게 저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입을 딱 벌리고 쳐다보았다. 그야말로 신들린 먹방이었다.
"짐! 여기 소고기는 정말 맛있네요. 모예야와 모르시야, 그리고 엔뜨라냐 전부 다요."
"아르헨티나는 소고기가 값이 싸면서도 질 좋기로 소문난 곳이라 그래."
말하는 사이에 웨이터가 오늘의 메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크기와 두께의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립아이 스테이크를 날라주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철진과 펄에게 쏠렸고, 그러거나 말거나 철진과 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많은 고기를 다 먹어치웠다. 주변 손님들은 철진과 펄이 식사를 마치자 좋은 구경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듯이 박수를 쳐주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잔을 들어서 건배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우와! 정말 천사 같은 두 분의 신들린 먹방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두 분을 위하여 건배!"
식사를 다 마친 후 철진과 펄은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요구를 정중히 거절한 후 택시를 타고서 마요광장으로 이동했다. 40 여분 정도 지나자 택시는 마침내 콜론 극장과 오벨리스크 석상을 지나서 마요 광장에 도착했다.
"짐! 이젠 뭐할 생각이에요?"
"응, EL QUERANDI로 가서 탱고를 구경해야지. 아르헨티나 하면 탱고니까."
"우와! 정말 기대되는데요."
철진과 펄은 마요 광장부터 엘 께란디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들어갔다.
"펄!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아?"
"네, 나요. 소의 피는 아니고 사람의 피 냄새가 공기 중에서 느껴져요."
"일단 탱고를 구경하면서 이 냄새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하자."
"네, 좋아요."
탱고 공연을 위해 실내가 조금은 어두워서 인지 사람들이 철진과 펄이 무대 앞 식탁에 가서 앉을 때까지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무대의 조명에 비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감탄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가 되자 세 쌍의 남녀 무용수들이 19세기 후반 탱고가 처음 시작된 시대의 특징을 담아내며 탱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와! 짐! 호주 시드니에서 오페라를 구경했을 때도 그렇고, 새로운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할 때마다 그 인상적인 너무나 강렬해서 볼 때마다 매번 눈물이 나요."
"새롭고 이국적인 문화 체험이나 생애 최초로 어떤 것을 경험을 하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거니까 괜찮아. 마음껏 울어도 돼!"
19세기 후반의 탱고에 이어서 이제 무용수들은 탱고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 시대를 반영하는 탱고 춤을 추고 있었다. 와인을 마시면서 즐겁게 탱고 춤을 감상하던 철진은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멋있게 추었던 탱고 음악인 Por Una Cabesa가 나오자 탱고 춤에 자신도 모르게 깊이 몰입해서 빠져들어서 펄이 뭐라고 속삭인 말을 놓쳤다.
"짐! 여기 그 피 냄새를 지닌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것 같아요."
"오, 펄! 뭐라고? 내가 잠시 너무 춤에 몰입했나봐."
"여기, 비릿한 피 냄새를 지닌 사람들이 몇 명 있다구요."
"응, 나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어. 저기 있는 저 여자, 어두운 쪽 식탁에 있는 저 중년의 남자, 그리고 무대 위에서 춤추고 있는 저 창백한 얼굴의 젊은 남자를 말하는 거지?"
"네,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군요.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 탱고와 이 와인을 마져 즐기면서 지켜보도록 하지."
"네, 알겠어요."
이제 무용수들은 탱고의 황금 시대인 살롱과 밀롱가 시대의 탱고 춤을 정열적으로 추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철진과 펄은 마지막 와인을 마시면서 무대 위의 무용수들이 네 쌍으로 늘어났고, 기예르모 메를로와 레아 바르스키 같은 무용가들이 현대 무용과 조화를 통한 탱고의 진화를 이루고 있는 모더니즘 시대의 탱고를 젋고 세련된 한 쌍의 남녀가 탱고 반주에 맞춰 정열적으로 추고 있었다.
마침내 모든 시대의 특징을 닮아낸 탱고 공연이 끝나자, 비릿한 피 냄새의 주인공들이 하나 둘 어두운 골목길로 오늘 자신의 파트너가 된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철진과 펄은 제일 먼저 남미의 정열을 얼굴에 빚은 듯한 젊은 무용수를 따라갔다.
카를로스라는 남성 무용수가 한 젊은 여인을 안고 골목에서 키스를 하며 여인이 키스의 달콤함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릴 때 그의 날카로운 송곳니로 그녀의 목덜미를 물려는 순간 철진과 펄의 기척을 느끼고는 피가 거꾸로 솟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당신들 뭐야? 우리 지금 연애 하는 거 안 보여?"
"글쎄, 방금 네 송곳니로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물어 뜯으려고 한 게 니가 추구하는 연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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