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사냥
얼마 후 웨이터가 고기와 치즈, 토마토, 계란, 감자튀김 등을 버무린 듯한 우루과이식 햄버거 치비또 다섯 개를 들고 왔다. 철진과 펄 그리고 범상치 않은 블라드의 외모에 처음 이들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 많은 양의 치비또를 철진이 다섯 개나 시키자 정말 저것을 철진과 펄이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그러나 치비또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철진과 펄의 뱃속으로 그것도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모두들 그야말로 넋이 나가버렸다.
"우와! 짐! 여기 치비또는 정말 맛있네요. 어제 밤새 무리를 해서 조금 배가 많이 고팠나 봐요. 호호호!"
"그래.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둬. 오늘도 무척 긴긴 하루가 될 것 같으니까 말이야."
"네, 알겠어요. 짐도 많이 드세요."
세상에! 저렇게 잘 생긴 남녀가 순식간에 저 많은 치비또를 저렇게 아름답게 먹을 수 있다니! 눈 뜨고 봤으나,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치비또에 이어서 테이블 위로 가져온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탑도 그야말로 여러 명이 한 개만 먹어도 될 정도로 말 그대로 아이스크림으로 탑을 쌓아서 온 것이었다. 모양도 아름답고 맛도 기가 막혔다. 식당에 있는 모든 손님들은 철진과 펄이 치비또에 이어서 아이스크림을 정말 한 방울도 옷이나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지 않고 깔끔하게 먹어 치우는 모습에 또 한번 넋이 나갔다.
철진과 펄은 그래도 양이 부족했는지 항구 식당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사도 요리를 양껏 시켜서 추가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아! 잘 먹었다. 펄! 지금은 뱀파이어가 쏘다니기 힘든 시간이니까 일단 몬테비데오 도심 여기저기 산책이나 좀 하는 게 어때?"
"좋아요! 독립 광장에서 시작해서 살보 궁전이랑 국회의사당, TRES CRUCES 쇼핑몰, 마누엘 퀸텔라 대학병원 등등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 어디서든지 시작하고 나면 곧 실체를 마주하게 되겠지. 자 가자구!"
"네!"
철진과 펄은 블라드 백작과 함께 우르과이의 독립 영웅 아르티가스의 동상이 있는 독립 광장을 지나면서 펄이 철진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짐! 여기는 원주민보다 백인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응, 맞아! 아르헨티나도 백인이 전체 인구의 85% 정도 되는데, 우루과이는 그보다 더 많은 88% 정도 되니까 백인들 나라라고 봐야겠지. 1인당 국민소득도 남미에서 제일 높아서 우루과이를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러"
"저기 Palacio Salvo는 건물이 위로 올라갈수록 되게 독특하네요."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의 역사적 명소로 대표적인 랜드마크지. 위로 올라갈수록 마치 4개의 종탑이 제일 꼭대기에 있는 메인 종탑을 떠받들며 시립하고 있는 모양이야."
"다시 보니 신들이 왕을 떠받드는 그런 모양이네요. 그리고 종탑 아래쪽은 직선과 사각형 모양의 기능성이 그리고 종탑 위쪽부터는 아치와 원과 돔 모양의 곡선적인 예술적 아름다움이 참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응 원래는 호텔로 사용하려고 지은 건물이니까 실용성을 지니면서 또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했던 유럽인들의 건축 양식과 원과 돔 양식도 같이 사용해서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려고 한 것 같아."
"이 건물이 1935년까지 남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하네요."
"바로 여기서 우르과이를 대표하는 탱고 음악 La Cumparcita가 최초로 공연되었지요."
블라드 백작이 철진과 펄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한 마디 첨언을 했다.
"음, 직접 본 거야?"
"네, 맞습니다. 그날 여기서 가장 좋은 좌석에 앉아서 라 꿈빠르시타의 탱고 음악이 시연되는 것을 직접 봤지요. 목동들인 가우초의 격정적인 삶과 카니발의 흥분과 열광, 그리고 삶의 애환과 정열을 잘 담아낸 곡이지요."
"음, 좋군. 계속해봐!"
"이 건물은 알리기에리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아 건축된 것으로 아까 마스터께서 말씀하신 대로 고전주의, 고딕 양식과 신낭만주의 등의 건축 양식이 혼합된 아주 독특한 건물이지요. 이탈리아 태생인 살보 가문의 삼형제가 건축가 팔란티에게 설계를 의뢰해서 지은 것이지요."
"응, 이걸 죽일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의외로 쓸모가 있군. 계속해봐. 설명이 시원찮으면 네 운명이 어찌 될 지는 잘 알지?"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블라드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극도로 공손한 태도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 건물 1층에는 살롱 데 피에스타스라 불리는 연회장이 있구요, 벽화와 스테인드 글라스, 해병 인물상 등을 감상하실 만합니다. 그리고 건물 7층에 출몰하는 유령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건 저희 애들이 좀 장난을 친 겁니다."
블라드 백작의 안내를 받으면서 철진과 펄은 11층 옥상 테라스로 나갔다.
"우와! 짐!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몬테비데오 전경이 참 아름답네요."
"펄 여왕님! 여기 최고층 전망대로 올라가시면 지금보다 훨씬 더 파노라마적인 전경을 감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철진과 펄은 블라드 백작이 안내하는 대로 최고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저기가 몬테비데오 다운타운이구요, 저쪽은 아름다운 구시가지 입지요. 그리고 여기서는 도시 해안선의 탁 트인 전망까지 다 보이시지요. 저쪽에 해안선을 따라서 길게 조성한 산책로가 바로 Rambla 입니다. 람블라도 여러 구역으로 나뉘는데, Punta Carretas와 Positos가 가볼 만 합니다."
"그건 그렇고 저기 보이는 저 넓은 운동장은 뭐지?"
"아 저건 Estadio Centenario, 100주년 경기장입니다. 1930년에 우루과이에서 1회 월드컵이 개최되었는데요, 그것을 개최하고 또 우르과이의 최초 헌법 제정 후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은 경기장 입지요."
"딱이군! 저기가 좋겠어. 오늘 밤 어둠이 내리면 몬테비데오와 우루과이 전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뱀파이어들을 소환하도록 해. 특히 그 비델라 장로는 반드시 오도록 해야 할 거야. 아니면 네가 그 자의 운명을 대신할 거니까."
"네, 로드! 오늘 다행히 100주년 경기장에 어떤 행사도 잡혀있지 않는 걸로 확인되니, 반드시 비델라 장로가 오도록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원래는 British Cemetery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피의 축제를 벌이려고 했는데, 우루과이 전역에서 온 뱀파이어들을 상대로 피의 축제와 불꽃놀이를 하기에는 100주년 경기장 만한 장소가 없겠어."
"저 로드! 경기장은 위가 뚫려 있어서 여기 팔라시오 살보 전망대에서도 훤히 보이는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아아! 그건 걱정하지 말라구.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Palacio Salvo의 최고층 전망대에서 몬테비데오 전경을 감상한 후에 철진과 펄은 블라드의 안내를 받으며 해안 산책로 람블라를 향해서 걸어갔다. 먼저 푼타 카레타스 언덕에서 잠시 대서양을 감상한 후 푼타 카레타스 등대를 둘러본 후에 다시 돌아 나와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서 포시토 구역을 향해 바다를 구경하면서 걸어갔다.
중간에 잠시 연금술사의 성인 Universo Pittamiglio에 들러서 구경한 다음에 계속해서 Positos를 향해 걸어갔다. 포시토 구역에서는 'Montevideo'라는 글자를 사용해서 만든 조형물인 'Letras de Montevideo'가 인상적인 모습으로 서있었는데, 철진과 펄이 가까이 다가가보니, 후안 마리아 보르다베리가 통치했던 우루과이 군사 독재 시기에 정부에 의해 납치되고 실종된 시민들의 사진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 할 말 없어?"
철진이 블라드를 바라보며 빨리 아는 거 있으면 말해보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네, 비델라는 2013년 5월 17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Marcos Paz 교도소에서 자연사 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연사가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맞습니다만..."
"뜸 들이지 말고 바로 말하지 그래. 난 그리 인내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니까."
"네, 그러니까 마르코스 파스 교도소에 있는 동안, 마이클 장로의 방문을 받아서 물렸지요. 그 이유는 모르지만 저를 이렇게 만든 최초의 악마가 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충 알겠군. 마이클이라는 장로가 그 후 그의 무덤을 방문해서 살려준 모양이군. 불쌍한 처녀를 희생 제물로 바쳐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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