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함께하고 싶다
나에게 사랑은 일종의 약속이었다.
바보 같게도 나는 내가 노력하면 그 약속을 평생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근데 이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나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결국 헛것이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숭고하고 성숙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지니 그저 시간낭비와 감정낭비로 치부되었다.
허무하고 씁쓸했지만 예상된 결과였다.
그래, 사랑은 내가 지키고 싶다고 지킬 수 있는 약속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애써왔던 그 시간들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첫째, 사랑은 노력으로 만들 수 없다. 내가 누구에게나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지 말자.
둘째, 연민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사랑은 결국 끝이 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대에게 솔직해지자.
셋째, 성숙한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나를 깎고 다듬어 맞추는 것이 아니다. 나의 울퉁불퉁한 면과 그의 울퉁불퉁한 면을 서로가 감싸고 품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니 내가 감당가능하고 품을 수 있는 울퉁불퉁함을 가진 사람을 찾자. 애초에 감당 못할 것을 품겠다고 괜히 노력하다가 서로 상처받지 말자.
넷째, 누군가를 만나면서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건 건강하지 못한 관계이다. 서로의 배려있는 솔직함으로 마음에 쌓이는 것 없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관계가 안정되고 편해진다 해도 방심하지 말고 항상 돌아보자.
다섯째,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자.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나의 빛이나 상대의 빛이 약해지지 않으면 좋겠다. 오히려 함께여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여섯째, 나를 더욱 돌보고 사랑하자. 인생은 나를 돌보고 사랑하기에도 짧다. 내가 행복하고 건강해야 좋은 사람과 건강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나 홀로 멋들어지게 후회 없이 살아보고 짝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곱째, 누구를 만나든 관계를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끝까지 노력하자. 단, 나의 감정을 속이는 노력은 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어쩌다, 우연히, 그저, 갑자기,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정말 큰 축복이다. 그런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난다면 후회 없이 내 모든 걸 부어보고 싶다. 만약 당신 옆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전심을 다해 아끼고 사랑하자.
나는 이제 애써서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도, 물건도, 음식도, 경험도 말이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것을 마주한다면... 그 기쁨은 얼마나 클까.
내가 애쓰지 않아도
그저 사랑하게 되는 것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