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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Jul 30. 2023

혼자일 때 느끼는 헛헛함과 편안함

[태국 북부 여행] Day 5 - 치앙마이

오늘은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여행자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동생은 한국에 가서 다시 출근할 생각에 우울해했다. 동생이 저녁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 우리는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오늘이 마침 토요일이라 주말에만 연다는 코코넛 마켓과 찡짜이 마켓을 갔다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Coconut Market 코코넛 마켓 - 주말 오전 8 ~ 오후 2시

코코넛 마켓은 야외에 아기자기한 샵과 먹을거리가 모여있는 시장이다. 치앙마이는 어딜 가나 이런 종류의 마켓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이런 곳만 찾아다니는 걸까?


이곳은 특히나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아마 유튜브의 영향인 듯했다. 코코넛 마켓에는 이끼가 꽉 낀 연못? 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한 유튜버가 저기가 땅인지 알고 발을 디뎠다가 물에 빠진 것이 계속 떠올랐다. 아니 어떻게 저기에 빠질까? 생각하며 괜스레 동생에게 주의를 줬다.

코코넛 마켓

오늘은 구름이 꽉 낀 하늘이어서 덥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보이지도 않는 해가 뜨겁게 느껴지며 땀이 주룩주룩 쉴 새 없이 흘렀다. 우리는 천막에 앉아 코코넛 스무디로 더위를 달래고, 한국에서는 잘 못 먹는 망고스틴을 왕창 까먹었다.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있어서 한 번 해봤는데, 동생이 모두에게 골고루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웃겼다.

Jing Jai Market 찡짜이 마켓 - 외부 마켓은 주말 오전 6~오후 3시

다음으로 찾은 곳은 찡짜이 마켓이다. 이곳은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그냥 사람이 정말 많았다.(하지만 그 중에 특히 중국인이 많았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차로 꽉 막혀 있을 정도였다. 조그마한 코코넛 마켓에 있다가 찡짜이 마켓을 오니 갑자기 눈과 발이 바빠졌다. 시간이 없는데! 언제 여길 다 돌아보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찡짜이 마켓은 큰 건물 여러 개와 그 사이사이에 코코넛 마켓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소품샵들이 늘어져 있었다. 건물 안 상점들은 평일에도 영업하지만 야외 샵들은 주말에만 영업하는 듯했다. 시간이 한정적이라면 코코넛 마켓보다는 당연히 찡짜이 마켓에 올 것을 추천한다.

찡짜이 마켓 메인 건물 안 푸드코트

많은 소품샵을 다 둘러보려고 했던 계획은 배고픔 앞에 무산됐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찡짜이 마켓쯤이야 기다릴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태국에 와서 처음으로 망고밥과 파인애플 볶음밥을 먹었다. 망고밥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매력적이었다. 달달한 찰밥을 하얀색 소스에 찍어서 망고와 먹으며 이게 조화롭게 느껴지는 것이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파인애플 볶음밥 위에는 돼지고기를 말린 가루가 올라가 있었는데 이게 볶음밥의 향과 풍미를 확 끌어올려줬다. 너무 맛있어서 사가려고 알아봤을 정도!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소품샵들이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져 마켓 구경은 거의 못한 채로 마사지를 받으러 이동했다. 동생은 한국에 가기 전에 싸고 시원한 마사지를 꼭 한 번 더 누리고 가고 싶어 했다. 우리는 어제 갔던 마사지샵에 가서 두 시간짜리를 받았다.


나는 마사지를 두 시간 받으면 기쁨도 두 배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이번 마사지사는 나랑 잘 안 맞는듯했고, 편하게 푹 쉬는 느낌이 없어 아쉬웠다. 두 시간 내내 그냥 누가 내 몸을 괴롭히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한 시간만 받아야겠다!


마사지가 끝나고 동생이 샤워를 하는 동안 동생의 짐을 챙겨 주었다. 나는 동생에게 제발 나에게 선크림, 선스틱, 파우더를 주고 가라고 애원했다. (사실 애원을 가장한 반 협박이었다.) 남은 이주동안에 쓸 선크림이 모자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착한 동생은 툴툴대며 입이 삐죽 나왔지만 못 이기는 척 나에게 물건들을 기부해 줬다.


나는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동생을 배웅해 주다 순간 울컥했는데 그 모습을 본 동생은 너무나 쿨하게 “한국에서 곧 보는데 뭘! “이라며 아쉬움 하나 없이 가버렸다.

리틀서울 - 동생을 보내고 먹은 김치찌개

동생을 보내고 날이 꽤나 선선해져서 지인들과 이곳저곳을 산책하러 나갔다. 우리는 산책 도중에 눈에 들어온 리틀서울이라는 한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를 먹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비빔밥을 먹을 거라는 동생의 말이 나도 모르게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게 만들었는지 오늘따라 한식이 먹고 싶었다.

베드 님만 고양이

동생과 함께 지내던 방에 혼자 들어가기 싫어 괜스레 호텔을 배회하다 고양이와 놀고, 수영장 앞에 앉아 멍을 때렸다. 이 와중에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생이 나를 부러워하길 바라며 고양이 사진을 왕창 보냈다. 날 놓고 가면서 아쉬워하지도 않다니! 사실 속 마음은 이거였지만.


동생과 함께 지내던 호텔 방에 들어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헛헛했지만 이제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는 느낌에 설레기도 했다. 어쩐 일인지 호텔방이 서울에 있는 내 조그마한 자취방처럼 느껴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 밤은 어쩐지 잠이 잘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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