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여행] Day 6 - 치앙마이
오늘은 베드 님만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역시나 한국 출근 시간에 맞춰 깬 나는 모자를 쓰고 로비로 내려갔다. 이제는 서로 낯이 익었는지 스태프들이 밝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 호텔에 처음 왔을 때 올드타운에서 묵었던 호텔에 비하면 크기도 너무 작고, 조명도 어둡고, 물도 잘 안 나오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아 꽤나 실망스러웠다. 나야 호스텔도 거리낌 없이 다니는 사람이라 괜찮았지만, 나이가 조금 있으신 지인들도 내가 고른 이 호텔에 함께 묵었기 때문에, 이곳을 불편해하실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제일 컸다. 더군다나 치앙마이에는 6만 원대의 가성비 호텔이 많기 때문에 다른 호텔이 더 좋았을 뻔했다!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총 3박을 예약했던 나는 하루를 보낸 후, 남은 이틀이라도 취소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취소 수수료를 감안하고라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기 스태프들을 만나고 마음이 180도 달라졌다.
나는 하루를 보낸 후, 다음 날 새벽 6시부터 로비에 내려가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나머지 이틀이 취소 가능한지 물었다. 이른 새벽부터 스탭 입장에선 불청객이었을 텐데, 로비에 있던 스탭은 너무나 친절한 태도로 자신들은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예약한 사이트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아고다와 씨름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나는 괜한 미안함에 그녀에게 퀍쿤카~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수영장 옆 책상에 앉아 아고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기고, 만약 취소가 된다면 어느 호텔로 옮길지 생각 중이었다.
그때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스탭이 찾아와 말을 걸었다.
“Is everything alright?"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똑 부러져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의 고민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못하고, 일정이 좀 바뀌어서 다른 호텔로 옮기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녀는 눈빛과 표정 그리고 제스처로 나에게 공감과 걱정을 전달했다. 그녀의 작은 질문으로 시작된 수다는 돌고 돌아 내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라며 나의 여행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진심 어린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녀가 나에게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도 아닌데, 나의 불안했던 마음이 많이 진정되고 누그러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보낸 뒤, 아고다 직원과 연결이 되어 열심히 채팅을 했지만, 호텔 측에 문의해 보고 알려주겠다는 채팅방 속 직원은 그대로 사라져 금세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때 하얀 피부의 금발인 남자스탭이 말을 걸었다.
"Can I get you something to drink?"
그는 러시아 청년으로 치앙마이가 좋아서 여기서 일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그와는 여행이야기 등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에 대한 궁금증과 그의 친절함이 기반이 되어 쉴 새 없이 질문을 주고받았다. 나름 티키타카가 잘 되고 어색하지 않은 것이 나랑 꽤 잘 통하는 부류의 사람인 듯했다. 나는 그가 만들어 주는 편안함에 걱정은 뒤로 한 채 깔깔 웃으며 한참 수다를 떨 수 있었다.
두 스탭이 나의 마음에 어떤 마법을 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두 사람과의 대화 후, 아고다 고객센터 채팅 방을 나왔다.
이곳이 더 이상 낯설고 불편한 곳이 아닌 즐겁고 편한 공간이 되었다. 단점밖에 안 보이던 눈에 하나둘씩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곳에서 불편하다고 느낀 점들에 점차 적응이 되었다.
그렇게 3박을 하고 떠나는 날이 되자 우리는 아쉽기까지 했다. 지인들은 다음에 치앙마이를 오면 여기를 꼭 다시 와야겠다고 하셨다. K-아줌마들인 지인들의 마음을 특히 사로잡은 것은 푸짐한 조식이었다. 조식이 이곳의 가치를 백배정도 띄어주었는데, 이후 다른 어떤 호텔을 가도 이 정도의 알찬 구성의 조식은 먹을 수 없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푸짐한 한 끼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든든함을 채울 수 있었다.
마지막 날 택시를 잡고 떠나는 지인들을 배웅하고 있는데, 훤칠한 키의 서양 아저씨가 우리에게 뛰어왔다. 그는 마치 뮤지컬 막이 내리고 주인공이 나와 인사하는 포즈로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손은 뒷짐을 진채 허리와 무릎을 살짝 숙여 우리에게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베드 호텔' 체인점 4개를 운영하는 호텔오너였다. 그는 우리에게 "How was your stay?"라며 물었다. 호텔 오너가 직접 나와 숙박객들의 평을 듣다니... 펜션도 아니고 호텔인데?! 나는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인들은 그날따라 조식을 든든하게 잡수셨는지 엄지 척을 마구 날리며 "Very good!"을 외치셨다.
호텔오너는 “Oh thank you. I try to keep it simple. And I love my team!"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와 일일이 악수한 후, 좋은 여행이 되라며 인사해 주었다. 오너를 만나니 이곳 스태프들이 어떻게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 이 호텔이 치앙마이에서 어떻게 가장 큰 호텔 체인점이 됐는지 이해되었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는 건 화려한 공간보다 편안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들과 나눈 대화와 마음은 치앙마이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 방문한 장소 리뷰]
1) 님만해민에서 점심으로 혼자 똠얌꿍을 먹은 곳. 식당 내부도 깔끔하고 음식도 깔끔하다. 똠얌꿍에 면 추가 해달라고 했더니 메뉴에는 없지만 면 추가를 해주셨다. 한국에서는 똠얌꿍에 항상 면추가가 있었는데, 현지사람들은 면추가를 안 해서 먹나 보다! 면 추가해서 배부르게 잘 먹었다.
https://goo.gl/maps/dJyFFuMQBiSTUaDJA
2) 치앙마이에 오면 여유롭게 코워킹스페이스에 가서 일해야지... 했는데, 오늘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찾은 곳은 님만해민에 위치한 Life Space라는 곳. 처음 가면 일일 무료체험이 가능하여 공짜로 이용! 천장이 높아서 개방감은 있지만 비가 오니 드럼통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면은 조금 어둡지만 사람이 없고 시설이 깔끔해서 만족했던 곳.
https://goo.gl/maps/jVfckx6RgZFvrGDM6
3)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기도 했다. Life Space에서 일하다가 저녁 늦게 올드타운으로 숙소를 옮겼다. 내가 가고 싶던 여러 장소를 고려해 잡은 최고의 위치를 자랑하는(내 생각) 숙소이다. 선데이 마켓, 쿤케쥬스, 노스게이트 재즈바, 조인 엘로우, 타폐 게이트, 심지어 핑강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위치! 이름은 Chada Mantra Hotel. 조금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 방도 열쇠로 연다. 개미가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 혼자 쓰기엔 널찍하고 좋다! 조식은 기대하지 말 것!
https://goo.gl/maps/vYRgNa3u1awDtBe89
4) Chada Mantra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호텔 앞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었다. 메뉴 두 개에 맥주 한 잔, 조용한 음악과, 여행자들의 수다 이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곳. 서양 아저씨가 운영하셔서 그런지 서양사람이 대부분인 곳. 나는 파인애플 볶음밥과 쏨땀 그리고 Leo맥주를 먹으며 치앙마이에서의 여유를 만끽했다.
https://goo.gl/maps/XeFFVNXMnwEXXyG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