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여행] Day 3 - 치앙마이
오늘은 진짜 설렁설렁 보내자고 마음먹었지만 오늘도 역시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만 해도 하루가 꽉 차버리니... 아직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오늘은 원래 있던 올드타운 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호텔로 가는 날이다. 새로운 숙소는 치앙마이의 신시가지인 님만해민 쪽에 위치하고 있는 베드 님만이라는 곳이다. 조식을 포함한 가격이 6만 원대로 가성비호텔로 이미 유명하며 치앙마이 내에 4군데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맡기고 근처에 있는 카우쏘이 맛집을 찾았다. 카우쏘이 님만은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대기가 조금 있었지만 웨이팅이 빨리 빠져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음! 묵직하고 깊은 카레맛 국물이 이곳이 왜 유명한지 말해줬다. 함께 시킨 사태도 땅콩소스와 잘 어울렸고, 사진은 없지만 삶아서 무친 호박잎도 한국 반찬 느낌이라 함께 곁들여 먹기 좋았다. 명성에 비해 별로라는 평을 내린 동생은 손칼국수 느낌의 면발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님만해민에는 올드타운과 달리 옷, 액세서리 모자 등 아기자기한 샵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코코 코너라는 카페를 갔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고(저 코코넛 아이스크림에 망고 4조각이 6천 원), 인테리어는 예뼜지만 새로 연 카페인지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러 오래 있지 못했다.
카페를 나와 어디를 가볼까 하다 근처에 있는 원님만을 가기로 했다. 원님만은 내가 봐온 치앙마이의 분위기와는 달리 세련된 유럽 스타일 쇼핑몰을 연상시켰다. 원님만에는 다양한 수공예품 등을 파는 샵들이 1층과 2층에 알차게 들어서 있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 3시~10시에는 White Market도 열린다고 하니 시간에 맞춰 찾으면 더 좋을 것 같다. White Market이 열리는 날은 먹거리와 수공예품 샵들이 있고, 큰 광장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하니 참고! 원님만에는 편집샵도 있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프라이탁 매장도 있었다. 제이미 모델 기준으로 한국보다 2만 원 정도 비쌌다.(24만 원 정도)
원님만 2층에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많이 판다. 동생과 나는 각개전투로 열심히 구경하다 귀여운 것을 발견하면 서로를 연신 불러대며 물건을 가리켰다. 이틀 뒤면 한국에 돌아가는 동생은 원님만 2층에서 코코넛 캔디, 망고스틴 캔디, 파인애플 말린 것, 쌀과자 등을 샀다. 여기 물건이 다른 곳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하고 맛있는 편인 듯했다! 나도 한국 가기 전에 여기 들려야지.
동생과 나는 원님만을 돌다 1층에서 Keen 신발을 우연히 마주치고는 기쁨과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Keen신발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무려 5년 동안 샌들을 사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이즈가 없어 아직도 못 산 신발이자(*나의 노력은 생각날 때 찾아보는 정도의 노력이지만 워낙 그런 것도 하지 않기에!), 동생도 치앙마이에 오기 전 사려고 시도했다 실패한 전적이 있는 그런 신발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님만 매장에는 우리의 사이즈가 없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 우리! 동생이 바로 마야몰에 있는 Keen매장을 찾았다.
마야몰 2층에 Element 72 매장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Keen 신발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침 10퍼센트 할인 중이었고 20주년 한정판도 있었다. 할인을 받더라도 한국 정가보다 1-2만 원 정도 비싼 가격이었지만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괜찮은 소비인 것 같았다. 내가 고른 디자인은 또 사이즈가 없었지만(제일 흔한 사이즈 7...) 동생이 고른 20주년 한정판은 사이즈가 있었다. 동생은 나에게 제발 사라고 말해죠!라는 눈빛으로 "언니 나 이거 사? 그냥 질러?"라고 물었고, 나는 그 눈빛에 응했다. "그냥 사! 한국에서 절대 못 사!" 동생은 그렇게 치앙마이에서 큰 지출과 큰 기쁨을 동시에 얻었다.
마야몰 4층 푸드코트에 땡모반으로 유명한 카페가 있어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시원하고 달달한 땡모반이 입천장에 닿아 두뇌까지 찡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왜 한국에서 마시는 수박주스는 이 맛이 안 날까!
푸드코트를 나와 걷다 보니 Dairy Queen이 있었다. 공항에서도 Dairy Queen을 보고 동생과 ‘와! 이게 여기 있네!’라며 반가워했던 터라 땡모반의 얼음으로 두뇌가 아팠을지언정 아이스크림 하나쯤은 더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들어갔다. 사실 나는 며칠 전부터 에어컨에 때문에 목이 아팠지만 +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순간에도 기침이 나왔지만(코로나 아님) 태국 Dairy Queen에서만 팔 것 같은 Thai Tea 맛은 참을 수 없었다. 크... 맛을 보니 안 먹었으면 너무 후회했겠다 싶었다. 꼭 먹어보시길.
기분이 째지는 쇼핑 후 치앙마이 야경을 보기 위해 도이수텝을 갔다. 도이수텝은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사원으로 거기서 내려다보는 치앙마이의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도이수텝을 가는 방법은 택시를 대절하거나 치앙마이 대학교 앞에서 쌍태우를 타는 것인데 우리는 볼트로 도이수텝 가는 택시를 잡고 기사님과 톡으로 왕복 비용을 정했다. 택시 기사님께는 도이수텝 왕복+중간에 1시간 30분을 기다려주는 비용으로 800밧을 냈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30-40분을 타고 도이수텝에 도착하니 꽤나 높은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니 ‘외국인들은 표를 사세요.‘라는 팻말이 보였다. 외국인 이므로 인당 30밧의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갔다.(근데 표를 안 사는 사람도 꽤나 많았다.) 사원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발을 꼭 벗어야 했는데 사람들의 신발이 줄지어 있는 곳에선 알 수 없는 의문의 냄새가 풍겼다.
도이수텝에 들어서자 온 세상이 금빛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의 절과 달리 태국 사원들은 정말 화려한 듯했다. 수련하는 수도승들과 템플 스테이를 하는 듯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외우는 소리가 사원에 울려 퍼졌다. 어떤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 명 한 명의 염원이 담긴 듯했다.
태국에서 수도승의 권위는 왕 다음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수도승에게 축복받는 것을 몇 사원에서 목격했는데, 수도승들은 구부정한 태도로 사람들을 무언가로 툭 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수도승들에게 무릎을 꿇고 다가가고 무릎을 꿇은 채 물러나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태국사람들이 수도승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높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었다.
7시쯤 되자 해가 넘어가며 아름다운 핑크 빛 하늘이 펼쳐졌다. 동생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본 몇 관광객들이 ‘아 쟤다’ 싶었는지 동생에게 계속 사진을 부탁했다. 동생은 4팀 정도를 찍어주었는데 그들에게 아주 만족스러운 박수와 따봉을 받았다.
우리는 도이수텝에서 내려와 유명한 유기농 음식점인 Ohkajhu에 방문했다.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가져와 요리를 해주는데 정말 너무 맛있으니 꼭 가볼길 권한다. 우리는 망고와 연어가 들어간 샐러드, 매운 목살 스테이크, 스프링롤 그리고 망고 스무디를 시켰다. 매운 목살 스테이크는 양념이 많이 매우니 양념을 따로 시키자.(하지만 다른 메뉴 먹는 것을 추천) 모든 음식이 신선했고 푸릇푸릇했다. 여기 파는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치앙마이에서는 꽤나 유명하여 택시 기사님도 사진만 보고 데려다주셨다.
Ohkajhu - Nim City
Ohkajhu Organic Farm Sansai
두 군데에 있으니 참고!
저녁 후에는 집 근처 Warm Up Cafe라는 클럽? 술집을 갔다.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고 손에 도장을 찍어줬다. 일반 술집처럼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더 안 쪽에는 클럽 느낌의 스테이지가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은 공연이 있어서 안 쪽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것은 따로 돈을 받았다. 동생도 나도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그저 그런 분위기에 실망하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우리는 오는 길에 본 조용한 분위기의 펍으로 들어갔다. 비어랩이라는 곳이었는데 맥주 종류가 다양했고, 칵테일과 와인도 함께 팔았다. 우리는 배가 불러 칵테일만 두 잔 시켰지만 안주도 꽤나 맛있어 보였다. 칵테일을 주문하고 한창 수다를 떨다 문득 칵테일에 대마가 들어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됐다. 메뉴에 따로 대마가 들어간 술이 있었는데, 혹시나 그런 메뉴랑 섞여서 나올까 무서웠다. 직원에게 혹여나 대마가 들어가는 건지 재차 확인을 하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칵테일을 마시면서도 의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나는 쫄보인가 보다. 칵테일은 250~300밧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비주얼이나 맛이 꽤나 마음에 들긴 했다.
정말 설렁설렁 보내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알차도 너무 알찬 하루였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