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여행] Day 8 - 치앙라이
사람은 저마다 여행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이번 여행 목적은 휴식+여행+논문(아직 한 글자도 못 씀ㅎ) 그리고 무엇보다 치앙라이에 사는 엄마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로 말하자면 가끔 자식 셋이 머리를 도리도리 할 정도의 모험심과 탐험심 그리고 도전정신이 투철한, 그 어느 자식보다 열심히 사는 분이다. 왜 등산을 가더라도 정해진 길로 안 가고 꼭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바로 우리 엄마다. 어릴 땐 엄마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내가 감당하기 버겁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엄마의 모험을 서포트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다!) 왜 엄마는 굳이 편하고 매끈한 길을 두고 이리저리 탐험을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근데 나도 나름대로 3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보니, 뻔하고 정해진 길로 가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길, 궁금한 길,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것이 인생을 훨씬 재미있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오히려 남들이 하라는 대로 했을 때, 남들이 가는 길로 갔을 때, 나의 진정한 내면을 무시하는 느낌이 들어 후회될 때가 많더라.
엄마랑 등산을 가면 엄마가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뚫어 놓은 엄마만의 등산로로 나를 안내한다. 사람도 없고 제대로 된 길이 없어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더욱더 좋은 풍경과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코스이다.
엄마의 인생도 그 등산로와 같다. 엄마의 탐험심과 호기심이 새로운 등산로를 만들듯, 우리 엄마의 인생은 새롭고 다채로운 등산로로 가득하다. (물론 그 길을 뚫는 과정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다.)
자식보다 더 한 엄마를 두면 좋은 점은 바로 엄마가 뚫어놓은 새로운 등산로를 나는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새로운 등산로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엄마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뚫는 건 엄마가, 혜택은 모두가 보게 되는 셈이다.
엄마의 이번 도전은 해외 교육봉사였다. 엄마는 퇴직 전부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자격증을 따고, 나이가 많으면 못 갈까 퇴직도 앞당기며 해외 교육봉사를 준비했다. 그렇게 올해 초 우리 엄마는 환갑인 나이에 치앙라이라는 낯선 곳에서 홀로 해외살이를 시작했다.
엄마를 보러 가기 위해 나와 친구는 치앙마이에서 그린버스를 타고 4시간 40분을 달려 치앙라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매파루앙 국제 왕립 대학교에 도착했다. (버스표를 끊을 때 Mae Fah Luang University_MFU이라고 하면 됨) 엄마가 일하는 이 학교는 이전 국왕인 라마 9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지은 학교인데, 매파루앙이라는 단어는 하늘에서 내려온 어머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옛날 태국 북부에는 아편 재배단지가 크게 있었는데 왕가에서 Royal Project의 일환으로 이 일대를 싹 탈바꿈 시켜준다. Royal Project는 아편 재배 단지를 없애며 커피, 화훼, 차, 꿀, 수공예 등의 다양한 산업을 지원하고, 학교나 의료시설 등을 지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린 성공적인 프로젝트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아편 중독자들을 사형시키는 등의 문제점도 있었다고 한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라마 9세의 어머니가 헬기를 타고 태국 곳곳을 다녔는데 그 이유로 하늘에서 내려온 어머니라는 매파루앙이라는 칭호가 붙은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 엄마는 이곳 삶이 잘 맞아 보였다. 이렇게 적응하는 데까지는 또 힘든 여정이 있었겠지만, 나름 태국어까지 구사하며 사람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엄마 환갑 맞아...?"
하튼 우리 엄마 덕에 또 이런 좋은 기회가 생김에 감사하다.
나에겐 우리 엄마야 말로 매파루앙이다!
[오늘의 정보]
1)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를 가기 위해서는 Chiang Mai bus Terminal 3에서 Greenbus를 이용하면 된다.
[Greenbus 예약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1) Line어플 깔고 로그인
2) 친구 추가 ID : greenbus.mmfl
3) 영어로 출발 장소, 도착 장소, 날짜에 티켓 끊고 싶다고 말하면 상담원이 티켓 끊어줌. 이름, 여권번호, 핸드폰 번호 말해야 함. 결제는 큐알로 결제해야 하고 결제 후에 결제 확인 페이지 캡처해서 보내면 끝!
4) 표는 문자로 오고 버스 탈 때 문자 보내주면 됨. 혹시 문자가 안 오면 티켓 이미지를 보내주기도 함.
* VIP석으로 예약하면 한국 우등버스 느낌으로 편하게 갈 수 있음.
*치앙라이 시내에는 버스터미널 1,2가 있는데 2를 들렸다가 1로 올라가니 어디서 내리는지는 숙소에 따라 달라질 듯하니 참고.
*내가 예약한 표는 치앙라이가 종점이 아니라 매싸이가 종점이기 때문에 치앙라이 버스터미널 1에서 1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다.
2) Tid doi Tid din
https://goo.gl/maps/iwvEnkv4jqaRtM5v8
우리는 저녁으로 Tid doi Tid din이라는 곳에 가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이곳 음식이 치앙마이에서 먹은 그 어떤 것보다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후에 2번을 더 갔다! 나중엔 아르바이트생과도 친해졌다. 제일 맛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