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귀찮다고 해야 할까?
게으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때는 남자가 부러웠던 적도 있다.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나는 대학 다닐 때도 화장이란 걸 몰랐다.
얼굴에는 주근깨투성이
말괄량이 삐삐처럼 선머슴아 같이 해 다녔다.
머리카락은 길게 촌스럽게 기르고 검은 뿔테안경에 그다지 꾸미지도 않고 공부만 하는 범생이 스타일 말이다.
더러 멋을 부리고 세련되게 화장을 하고 다닌 친구들도 제법 많았다.
나는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가깝고 결이 맞는 몇몇 여자 친구들과 집중적으로 사귀었다.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전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냥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을 뿐이다.
사회 초년생이 되어서도 화장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무스 고집이었는지 나름대로의 어쭙잖은 주관이 있었나 보다.
나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면 되지 왜 예쁘게 일부러 꾸며서 보여주어야 하는가?
내 모습 그대로가 좋은 사람이 진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엔 그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 지금까지 잘 살고 있긴 하다.
주근깨 투성이어도 나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니 만큼 서로가 생각과 가치관이 맞았던 것이다.
자라온 환경도 비슷하고 시골에서 자라서 심성도 비슷하다.
그러던 것이 생각은 수시로 변하는 모양이다.
어느 순간 화장도 정성껏 하고 있는 내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피부과도 열심히 다니고 주근깨 시술도 받고 외모에 치중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또 심경에 변화가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자기 계발이나 성장에 쏟아야 할 시간에 외모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으로 바뀌기도 했다.
옷장에 옷도 너무 많다.
나의 스타일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이 스타일 저 스타일 다양한 옷들이 중구난방으로 옷장을 채웠다.
어느 순간 옷에 치이고 관리가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옷을 줄였다.
최소한의 옷으로 단정하게 기준에 맞게 정리했다.
많은 옷으로 인한 결정장에도 없고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화장도 마찬가지다.
그전에는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앰플, 크림(나이트 크림, 데이크림, 수분 크림), 베이스, 등등 두루 다 갖추고 화장대가 꽉 찼다.
화장에 부지런하지 못해 매번 때마다 꼼꼼히 바르지도 못해서 유통기한을 넘기는 것도 곧잘 생겼다.
여자의 화장은 참 복잡하다.
나는 여성스러운 성격이 아닌가?
정체성에 의심이 생길 때도 있었다.
주위의 생각에 흔들리기도 했다.
나의 스타일에는 잘 맞지 않지만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규정된 대로 나는 어느 순간 외부의 시선에 맞추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즈음 다시 반기를 들고 있다.
화장의 가짓 수가 너무 많다.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순화하고 있다.
저녁에는 세안 후 스킨 후 앰플로만 마무리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데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편이지만 피부 관리에는 좀 무심한 편이긴 하다.
그래도 기본 경락마사지와 토닝 같은 관리는 꾸준히 받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 겨울 건조하면 안 되니까 여러 가지 기초화장품은 생략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한두 가지만으로 집중 케어한다.
여러 가지에 에너지를 분산 시키지 않으려 한다.
관심을 흐트러 뜨리면 집중이 안 된다.
하루의 우선순위를 단순화 시켜야 한다.
나의 뇌는 게으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할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열심 모드를 장착해야 하니까 게을러야 할 때는 게으름과 단순함을 용납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나만의 생각이고 나만의 스타일로 내 맘대로 살아가는 것이 편안하니까~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해를 가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소한의 기본을 유지하며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나를 다듬고 가꾸어 나가면 될 것이다.
화장하기 게을러 하고 극도로 단순화 시키려 하고 있는 나의 생각을 피력해 본다.
직장에 출근하지 않을 때 그냥 맨 얼굴로 선크림만 바르고 등산을 다니거나 외출을 할 때는 마음이 한 결 가볍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는 건가? 어쩔 때는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인생이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하는 데 아직도 나는 알아야 할 나도 잘 모르는 내 안의 내가 너무도 많은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떤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끼는가? 무엇을 하기를 좋아하는가? 어떨 때 불안을 느끼는다. 어떨 때 불편한가? 어느 시점에 화가 나는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자존심이 상하는가?
나에 대해 연구해 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는 시간을 가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