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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나의 첫번째 교실

화자 에서 청자 로의 변신

by 마이진e

처음 낯설은 공간에 혼잣말을 해본다.
누구도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공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소리내 가며 적었 보았다.


어느 날, 조용히 다가온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표현이 너무 좋아요.”


뭉클함에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 웠던 건 그 말들이 ‘나도 몰랐던 나’를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화자에서 청자가 되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공간이었다.
기록이 흐르고, 사람들의 감정이 머무는 교실 같았다.


어설픈 문장일지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반드시

전해지는 힘이 있었다.

누군가의 눈으로 나를 본다는 건 때로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매일 발행 버튼 앞에서 망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내 마음이 울컥한 날 쓴 글일수록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글 좋아요.”라는 짧은 말보다 “저도 용기 내볼게요.”라는 반응이
훨씬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내가 건넨 이야기가 누군가의 내일을 바꾸는 말을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건 내가 글을 쓰는 감각보다 잘 듣는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블로그가 나에게 알려준다.
철자보다 마음을 먼저 봐야 하고,
조회수보다 방향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의 피드백은 때로 나를 흔들었지만
그 흔들림 덕분에 조금 더 부드러운 문장이 나왔다.


반응이 없던 날엔 내가 나의 독자가 되어
조용히 위로를 건네본다

“오늘도 썼잖아. 그거면 충분해.”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키보드 앞에 앉았고
그렇게 또 블로그의 하루가 다시 시작 된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블로그라는 교실의 학생이다.
댓글 하나가 수업이고, 좋아요보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이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과 이 글을

이웃들이 듣고 싶어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그 질문을 안고 써 내려간 글들은 내 안에서 작은 울림으로 퍼지고,
다시 또 누군가에게도 닿아 다시 울림이 되었다.


블로그는 내 삶의 첫 번째 교실이었다.
여기서 나는 기록이 대화가 되는 과정을 배웠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일줄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게 나를 가장 깊이 성장시킨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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