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마음을 짓누르는 ‘피로사회’의 실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적인 철학개론에 소름이 돋다.

by 마이진e


과로가 아니었다.

긍정이었다.


문제는 '하지 마'가 아니라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칭찬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주문이었다.


끊임없이 나를 작동하게 만드는 마법.

성과를 내야 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멋지게.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시켰다.


스스로에게 미션을 줬다.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게 성장인 줄 알았다.

그게 자유인 줄 알았다.

그게 나다운 삶인 줄 알았다.


'열심히'는 미덕이었고

'쉼'은 게으름이었다.

못하면, 내가 문제였다.


노력 부족. 의지 부족. 마음가짐 부족.

어느 순간,

나는 나의 사장이자,

나의 감시자가 되었고,

나의 착취자가 되었다.


자기 계발, 자기 관리, 자기 계획.

모든 화살이 나를 향했다.


외부의 억압은 사라졌지만

내면의 감시는 더 집요해졌다.


웃어야 했다.

밝아야 했다.

긍정적이어야 했다.

아픈 마음마저 숨겨야 했다.

무기력은 의지 부족으로 치부됐다.

슬픔은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그러다 문득,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렇게 피로는 나를 삼켰다.


저자 한병철 님은 말한다.

이건 병이다.

시스템이 만든 병.


긍정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우리는 더 이상

금지당하지 않는다.


그저 무한히 가능해야 할 뿐이다.

그래서 멈춰야 한다.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느리게 걷고, 깊이 숨 쉬고,

그저 존재하는 시간.


"하지 않아도 돼."

이 말 하나로

누군가는

오늘을 견딜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돌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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