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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해도 되잖아.

대충이라는 유혹에 넘어가다 보면, 결국 주도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by 마이진e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

대충 해도 되잖아."


조직 생활 중에는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이런 말을 듣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20년 전 회사 생활할 때의 일이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 자의반 타의 반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부서 회의 중, 타 부서와 연계된 업무가 얽혀 있었다.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보니 타 부서가 먼저 처리해 줘야

우리 쪽 일이 굴러갈 수 있었다. 내 눈엔 흐름이 명확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것이 당시로서는 빠른 문제 해결 방법이었으니까.


내가 나선 이유는 단순했다.

잘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생색내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일이 막혀 있는 게 싫었다.

일이란 시간에 맞춰 흘러가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진행하는 일들에서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협조 요청에 대해 도움을 주고 일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묘한 시선이 나를 따라다녔다.

“뭐, 자기가 대단하대?”

“또 나서네. 그렇게 열심히 해서 뭐 하려고?”

“대충 해도 되는데, 유난이야.”


회의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말들.


소곤거림, 투덜거림, 그냥 흘러가는 험담.

확실한 건, 그 모든 말들이 내 귀에 들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치 당연한 듯, 상식인 듯, 배려인 척.

하지만 그들에게선 게으름과 체념, 그리고 능숙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태도는 정해져 있었다.

가장 적게 움직이고, 적당히 일하고,

가능한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그들에게서 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내가 뭘 기대했는지, 왜 괜히 나섰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나도 그 판 안에서 '대충 해도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했던 걸까.


그렇게 하면, 인정받진 않아도 비난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나서지 않으면, '별일 없는 하루'는 보장된다.

이런 상황을 조직 속에서는 가끔 맞닥뜨리게 된다.

조직의 평화인지, 침묵을 조장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불편한 선택을 했고, 일을 흘러가도록 하기 위한

어쩔 수 없이 군소리 없이, 티 안 나게. 일을 진행했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후회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씁쓸할 마음을 퇴근길을 가벼운 맥주 한 캔으로 달랠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최소한만 하자, 적당히 하자, 괜히 나서지 말자.

간혹 조직에서의 생존 방식이 이렇게 흘러가는 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절 퇴근길 수도 없이 질문했다.

나는… 어디까지 대충 할 수 있을까?’


살아 보니 그런 대충대충이라는 유혹에 넘어가다 보면,

결국 나는 주도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만 한다.


어쩌면 감정 속에서 방황을 하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빠른 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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