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 할 지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삶을 바꾸는 순간
가끔은 책 한 권이, 생각을 정지시켜 버리기도 한다.
늦가을 쌀쌀한 날씨 속에 가랑비가 내려가며 촉촉이
계즐을 물들이고 겨울을 예고라도 하듯,
아무 생각 없이 펼쳤던 책이 그날의 온도를 바꿔놓는 것처럼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딱 그렇다.
짧지만 조용하면서도 서늘한 이야기.
엔딩에 이를수록 나를 붙들어맨다
이야기의 무대는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주인공 빌 펄롱은 석탄 상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다.
그가 아버지란 사실이 그런 감정선을 끝까지 지켜내는
지켜낸다는 사실을
그는 연말의 분주한 시기, 성탄을 앞두고
한 번쯤은 지나쳤을 법한 진실 앞에 선다.
가난, 외면, 침묵,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공동의 방조.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진실을.
소설은 그 조용한 폭력의 중심에서,
주인공의 작은 결심을 따라간다.
빌은 평범하고, 누구보다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다.
그리고 묻는다.
“과연 나는, 이 사소한 일을 외면해도 괜찮은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누구도 지켜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발견하고야 만다.
작고 티도 나지 않을 듯한 따뜻하고 희미하기만 한 온기
‘사소함’을 놓치지 않는 것에 이 책의 매력이 드러난다.
일상에서의 삶.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저자.
보통이 소설과 달리 주인공은 절규하지 않고,
절제된 감정선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양심 이라는 감정이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당신은 지금 어떤 작은 일 앞에 서 있는가?”
“당신의 선택은, 누구를 살리고 있는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구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의 사소한 ‘가능성’을 건드린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가능성,
말 대신 행동을 택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책에서는 조금 서늘하기만 한 감정선을 따라가다가
주인공의 사소한 행동에 방점이 찍고 있다.
“오늘 내가 무심코 지나친 일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게 누군가의 하루를 바꿨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하루를 바꿨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책이 주는 감각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사소한 것들의 무게를 알려준 이야기.
진짜 문학의 힘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삶이 고단하지만 복잡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든 다시, 가장 따뜻한 쪽으로 방향을 틀수 있다.
이 책이 말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