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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는 인간입니다.

쓰는 인간으로서의 삶

by 마이진e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글은 안 써지지만, 쓰는 척은 잘할수 있어.”

그 말을 듣고 웃는다,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 졌달까.

어쩌면 나도 그랬으니까.


쓰는 사람인 척, 생각하는 사람인 척,

진지한 얼굴로 빈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보던 날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날 부터 이상하게,

나는 자꾸만 문장 옆에 또 하나의 문장을 붙이고 싶어졌다.

맥락이 연결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쓰는 사람이 되어 간다.


말로는 꺼내기 어려운 마음을

글자로 조용히 내려놓는 일이

생각보다 더디게 나아 갔다.


세상엔 말 잘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의외로 말을 잘하는 것보다 쓰는게 더 편했다.


조금 느려도, 주저리 주저리 늘어도 보고,

내 속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문장을 만들어 간다.


남들처럼 단숨에 명문장을 만들고 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한다.

감정이 흔들리고, 몸이 피곤해도,

하루 한 줄씩을 써 내려 간다.


특별한 문장이 써지지 않는 경우엔

어느 명작가의 글을 필사를 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도 고민하고 첨부해 본다.


어느 누군가가 보아 주면 더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좋아요 하나 없는 글에도 마음을 담아 본다.

쓰다보니 글이 나를 이끌었고,

지금은 내가 글을 밀고 간다.


가끔 생각이 정돈 되지 않았을땐, 키보드의

두드림이 뭉툭 해진다.


생각과 키보드의 손놀림이 뾰족하고 가벼워야

비로소 정리된 문장들이 길을 터주는 법인데

쓰는 일은 내자신을 정리하는 일이다.


마음이 어지럽혀져 산만해질때마다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들어서 감각을 기록해 본다.

남들은 일기라 부르고, 나는 기록이라 부른다.


휘발되어 가는 오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일을 일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볍게 기록하며 나의 감정들,감각들을 덧붙여본다.


부족하고, 때론 서툴지만 멈추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쓰고 있는 나를

내가 좋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그렇게까지 열심히 써야 해?”라고 묻지만

그 '그렇게까지'가 요즘의 나를 만들어 간다.

생각 없이 휘갈겨 쓴 문장에도,

깊게 파고든 날의 뾰족한 감정에도

나의 모습, 내 삶의 색깔이 드러나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자판 위에 그마음을 내려 놓아 본다.

일기든, 단상이든, 메모든 상관없다.


나는, 쓰는 인간이니까.

세상에 존재를 새기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글쓰기로 존재를 새기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근사한 일 이다.


한 줄 한 줄, 쓰고 또 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쓰는 인간으로 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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