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한 장을 손에 쥐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2017년 여름, 드디어 서울에서 내 이름이 적힌 집 계약서를 손에 넣었다. 떨리는 손으로 계약금 봉투를
부동산 중개인에게 건넨 순간, ‘드디어…’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아침, 예상치 못한 뉴스 한 줄이 내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소식은 다름 아닌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발표였다. 이로 인해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마침 나는 집값의 나머지 금액을 대출로 메우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다.
하지만 당황한 마음에 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켜 국토해양부 홈페이지 공지사항부터 살폈다.
은행 직원보다 먼저 확인한 것이 다행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8월 2일 이전 계약 건은 대출 규제 예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숨을 겨우 고를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는 마침내 어렵게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집 계약의 기쁨도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또 다른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보험사에서 걸려온 스카웃 제안이었다. 회사에서는 나와 함께 땀 흘려온 기존 8명의 팀원 전원을 데려와 새로운 회사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큰 고민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함께 전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다시 한 번 팀을 일구어야 했다. 내가 이끄는 팀의 규모는 어느새 20명까지 늘어났다.
마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듯한 기분으로, 나는 세일즈 전략을 짜고 새 팀원을 채용했으며,
후배들을 코칭하며 팀을 키워나갔다.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면서, 어느새 전보다 훨씬 큰 자율성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내 판단이 곧 팀의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나는 묘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또래에 비해 일찍 찾아온 높은 성과와 수입은 자연스레 자존감을 하늘로 치솟게 만들었다.
빠른 속도로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 빠른 속도만큼 실패도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끝없이 더 높이 오르는 만큼, 더 큰 추락이 나를 기다릴 것만 같았다.
그 두려움이 오히려 나를 더 열심히 일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불안감이 내면 한구석을 스멀스멀 파고들고 있었다. 계속 질주만 하는 나를 향해 속삭이는 듯한 의문도 머릿속에 자꾸 맴돌았다. ‘이 길이 과연 옳은 걸까?’ 하지만 나는 속도를 결코 멈추지 못했고,
이미 관성이 몸에 배어버린 듯 오직 앞으로만 달려갔다.
그 시절 나는 눈앞의 성공에만 들뜬 채,
뒤에 닥칠 파도의 그림자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와중에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다음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