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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물고기 Jan 05. 2024

백수의 해피데이

이런저런 이유로 글쓰기와 멀어지고 있다. 꾸준한 글쓰기를 습관화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일정 루틴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글쓰기를 최우선으로 해야 가능할까? 내게 글쓰기란 하고 싶으면서 또 하기 싫은 것이다. 글감의 부재, 시간의 부족을 핑계 삼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자책만 남는다. 내게 일 순위는 글쓰기가 아니다. 다른 일들을 하고 나서 하루의 끄트머리에 남겨지는 찝찝함, 찜찜함, 아쉬움이다.


새로운 배울 거리를  찾아다니며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걷고 먹고 그림을 그리고, 남는 시간은 운동을 하고 맨 마지막이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는 특별한 재주도 없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없다. 남이 쓴 글을 보며 정말 잘 쓰네... 어떻게 저렇게 잘 쓰지? 대단하다... 부러움과  나태한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잠깐! 나의 주의를 끄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 세상엔 배울 거리가 넘쳐난다. 배우고 익힐 것이 너무 많다.


백수생활 신생아인 내겐 온통 신세계일 뿐이다. 12월이 되면서 연말결산과 내년 예산 심의 준비기간으로 대부분의 센터는 수업이 없다. 11월부터 12월 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예술기행(3시간 이상) 예술가들의 자취를 따라다녔다. 그냥 다니는 것과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다니는 것은 전혀 다르다.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간송 옛집 방문시 찍은 사진에 캘리를 얹다

12월부터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민화교실에 등록을 했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민화를 배우고 싶었다. 담당 공무원의 말대로 그냥 가서 수업에 참여했다. 빌린 화선지와 먹물과 붓으로 모란 선 따기 2장을 그렸다. 준비물로 연습지, 화선지, 바림 붓, 채색 붓 2자루, 세필 붓, 먹물, 아교, 멍석, 파렛트 접시, 물통, 동양화 물감 18색을 구입했다. 마사회 문화센터에서 꽃꽂이, 줌바댄스를 수강 중이다. 배움은 진행형이고, 연습과 노력은 필수다.

선따기를 한 화선지에 혼자 색을 입혀보고 캘리를 적었다

배우는 즐거움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서울 예술기행 시간에 공부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간송미술관 소장품(도자와 석조) 특강을 들으러 김수영 문학관에 다녀왔다. 흥미롭고 유익했기에 관련서적을 빌려보았다. 연말에 편백나무 베개 만들기와 핑거니팅 목도리를 만들어서 독거어르신께 보내드렸다. 직장생활을 할 때와 달리 시간 부자가 되니 미미하지만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핑거니팅 목도리(자원봉사)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수채화, 민화, 근현대 화가, 사진에 대한 책을 빌렸다. 하루에 그림을 하나씩 그리려고 노력 중이다. 민화는 세 번 수업을 받았는데 아직 *바림을 배우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자니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내일은 모처럼 알바를 한다. 오후에 배달받은 물감과 스케치북 값을 벌어야겠다. 오늘도 백수의 하루는 바쁘고 즐겁다. 오늘도 해피데이!

민화 관련책을 보고 따라그리고 캘리를 쓰다

(*바림;1. 명사 색깔을 칠할 때 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

2.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 앞서 물감을 먹인 붓을 대어, 번지면서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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