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기업가를 키우자.
커버 이미지: 조동균_Wispering Lines 22-17(f4). 24,2x33.3cm. mixed media 2022
세심하게 오래 응시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하기만 하면,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규칙이 있고, 그 속에서 특별함을 볼 수 있다.
-작업 노트에서
미술이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예술 활동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을 활성화하여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미술은 공간의 변화를 통해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 흐름에 미술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해 냄으로써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예술 분야입니다.
미술작품을 제품으로 생각하고, 제작 및 생산 이후 그것이 소비되는 유통과정을 본다면, 미술은 하나의 산업구조를 갖습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미술가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한다면, 미술가의 창조적 사고를 ‘미술가의 기업가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창작활동의 결과물인 작품을 주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개념적 제안이나 태도, 또는 의식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가 정신’을 미술 분야에 적용하는 것으로서, 예술창작 프로세스를 새롭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하여 이를 벤처창업으로 시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기업의 벤처 활동과 결부하여 창업의 시도, 인큐베이팅, 프로모션 등의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도는 작가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와 같은 형태로, 화단에 진입하는 신진작가의 단계에서 성장 주기에 적합한 공적 지원을 투입함으로써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미술 활동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문화 스타트업’이라는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사회적 경제나 공유경제 개념에 준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미술 산업, 미술 기업가
기본적으로 ‘미술 기업가’는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 사업의 형태는 플랫폼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타 ‘미술 기업가’나 연관 비즈니스모델에 어떤 방식으로 연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미술 기업가’는 규모를 키우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병원과 연계하여 예술 치유 산업을 형성한다든지, 여러 분야의 예술 콘텐츠 등을 활용하여 스토리 산업을 만든다든지, 문화유산 데이터를 가공하여 콘텐츠 산업을 만드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미술 산업은 ‘미술 기업가 정신’이 갖는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 발상을 통해서 얼마나 다양한 규모와 종류의 비즈니스와 연계될 수 있는지에 따라 가능성은 엄청난 확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문화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문제는 여러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을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정책지원은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제 갓 미술대학을 졸업한 작가 지망생이 한 명의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작가 인큐베이팅 개념을 도입해서 미술가를 산업역군으로 키우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미술은 국가적 문화콘텐츠
미술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과 관리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미술 아카이빙이 주로 사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광고 중심의 아카이빙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공 차원에서 세밀하게 정리된 미술 문화 활동의 데이터베이스인 ‘디지털 아카이빙’이 필요합니다. 대중의 주목을 받고, 지명도 있는 작가의 활동만이 자료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사소한 미술 활동까지도 포함한, 전국의 미술 활동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포괄적인 아카이빙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술 단체인 사) 한국미술협회와 같이 전국 250개 시/군에 협회 지부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해외 한국문화원에 한국의 전통미술 콘텐츠를 알리고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합니다. 세계 30개국에 개설된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기존에 한국어교육 중심으로 꾸려진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 미술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추가하여 준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해외 문화원을 중심으로 해외 체류 한국 미술가들이 머물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미술가들이 해외시장 개척 시, 현지에서 필요한 부분을 분석하여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면, 미술가가 개인으로 해외화단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국가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화가 / 조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