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써 미술가
커버이미지: 조동균_The planet 23-1-12. 324x781.8cm 2023
삶에서 부딪히는 한계는 내 삶에서 주어진 형식이다.
형식 없이 어떻게 삶을 예술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겠는가.
-작업노트에서
직업으로써 미술가
직업으로써 미술가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서 구분되는 직업군의 특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미술가는 사회적 인지 수준, 작품을 통한 재정적인 성공, 그리고 미술가의 예술적 성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정도에 따라 지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공동체 혹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실천적 활동에 따라서 종종 다른 지위를 갖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 미술가들의 활동은 상업적 성취에 의해서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영향은 전통적인 예술의 영역에서 평가받는 기준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미술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크게 ‘창작의 자유’와 ‘예술 표현의 자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자유의 핵심은 작품 활동을 통한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보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는 창작에 필요한 소재나 형태, 창작에 이르는 구체적인 과정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런 창작활동에 드는 노력과 시간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미술의 사회적 가치와 결부하여 정의 내려야 하는 데 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미술가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노동자의 경우 소속된 직장의 업종, 분야와 상관없이, 노동에 대한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법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가는 노동자가 아니기에 고용노동부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미술가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업 예술인 중 프리랜서 비중이 76%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어는 부처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프리랜서’는 법적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프리랜서’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없습니다. 단지 ‘프리랜서’는 국세청에서 소득세를 납부하는 분류 형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미술가는 프리랜서나 독립예술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창작 환경 속에서 활동하지만, 불안한 재정적 문제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곤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미술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들의 공적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창조적 활동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그들은 자신의 삶을 담보로 장애물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미술가
전문적인 미술가의 활동은 단순히 자신과 주위 일부 사람이 보고 즐기기 위한 아마추어적인 미술창작 활동과는 구분됩니다. 이 구분에 따르면 ‘전문 미술가’는 미술계 전문영역의 주체들에 의해 다루어지는 작품을 생산하는 미술가로 한정 지어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전문적인 미술가라고 하더라도 2가지 이상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작품 활동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창작활동을 통해서 얻은 결과물에 대하여 적당한 사회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스스로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미술가라는 자긍심이 옅어지고 있으며, 이런 문제는 한국 미술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조사한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미술가는 고등교육 이상의 학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됩니다. 대학 이상의 학력을 지니고 있다는 대답이 2012년 조사에서는 89%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교육 수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술가로서 전문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전문직 종사자로 여기는 비율은 점차 낮아지지만, 무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많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2006년 미술가 가운데 무직으로 응답한 인원이 200명 가운데 45명이었으나, 2009년 85명, 2012년에는 84명 등으로 나타나고, 전문직이라고 응답한 수는 2006년 122명에서 2009년 78명, 2012년 82명 등으로 감소한 경향이 있습니다.
창조자로서의 미술가
미술가들은 문화적 유산에 기여하는 주요 인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술 활동은 인간 경험의 본질을 포착하고 이를 표현하는 미술가들의 능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창조자로서의 미술가는 다음 몇 가지 독특한 활동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우선 미술가들은 작품을 통해서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고 반응합니다. 미술가는 사회적 핵심 주제에 가감 없이 접근하고,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사회적 규범에 도전함으로써 사회 변화에 대한 영감을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가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해석하고 창작물에 반영함으로써 문화적 서사의 창조자로서 역할을 합니다. 이는 문화적 영역을 확장하고 이를 이해하는 사회적인 시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술이 사회 변화의 촉매제가 되는 사례는 미술사 속에서 다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술가들은 창의적 사고를 통해 현실적 인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스타일, 기술을 도입하는 미술가들의 능력은 사회적 변화에 기여하며, 이러한 변화는 시각예술, 패션 등 일상생활에서 아름다움을 지각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공한 미술가들은 미술품 판매, 전시회 등 문화행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미술시장은 미술가들의 창조성에 의존하며, 이는 문화와 경제의 교차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최근 내놓은 '아트마켓 2023(The Art Market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을 678억 달러(약 90조 원)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창조자로서 미술가들은 사회적으로 공동체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사회는 미술가들이 경제적인 불안정, 창조적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 예술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술가들은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하며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예술적 시도는 사회의 가치관을 확장하고, 새로운 관점을 통해 공동체의 풍요로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미술가들의 창의적 역할을 이해하고 그들의 예술적 자유를 존중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다양하고 열린사회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화가/조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