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미안하다
하루 세 번씩 채식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다짐할 거다.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에서 사육되고 잔인하게 도축당하는 동물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다짐하고,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서 다짐하고, 옥자의 눈을 보면서 다짐하고, <육식의 종말>을 공부하면서 다짐한다.
그런데 고기를 앞에 두면 보고 배운 게 무너진다.
멀지 않은 훗날에 사람들은 지금 우리의 육식을 어떻게 바라볼까. 산업혁명 초기에 어린아이를 공장으로 내몰았던 잔인함이나 사람을 노예로 쓰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무식함 혹은 사람을 먹는 부족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공포 그런 것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그렇게 잔인하거나 무식하지 않았다. 다만 게을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