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학동네, 2013
악보를 남기지 않는 작곡가도 어딘가엔 있겠지. 절륜한 무예를 아무에게도 전수하지 않고 제 몸 하나 지키다 죽은 강호의 고수도 있었을 것이다. -116쪽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세상에 드러난 고수보다 숨은 고수가 더 많을 거라고 믿는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보다 멋진 음악이 누군가에 의해 써졌지만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숨은 시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세상에 나온 여느 소설보다 우리를 위로할 소설이 이름 없는 사람에 의해 써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세상이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내가 겸손해지기도 하고,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