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방
"산다는 건 뭔가"
모든 대학생은 시험기간이 오면 철학자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취준생도 마찬가지다. 특히 언론고시낭인은 염세적 철학자가 된다. 망할 세상 돌아가는 게 불만인데 들어주는 곳은 없다. 이것저것 읽고 보고 듣는 게 많은데 뒤죽박죽이라 잡생각이 들어선다. 오늘은 그런 고민을 했다. 살아가는 건 뭔가.
산다는 건, 돌아가신 할아버지 방을 물려받는 것이다. 베란다 밖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할아버지의 방이 내 방이 되는 것이다. 떠난 할아버지를 잊고 남은 방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곳에 침대를 놓고 책상을 마련해서 할아버지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없었을 내 방을 그냥 그렇게 쓰는 것이다. 내 방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섬뜩함을 느끼는 것이다.
공부는 안 하고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니 합격하지 못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