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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Jul 19. 2017

책장

책장은 이력서다

책장을 보여주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책장은 내 전공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내가 영어공부는 얼마나 했는지, 어떤 자격증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책장은 고백한다. 책장에는 내 생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깊은지 담겨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있고, 모르지만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녹아있다. 알지만 싫어하는 것, 알고 싶지도 않은 것, 증오하는 게 무엇인지 책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장에는 약점과 열등감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다.


책장에 다가가 한 권 한 권을 뽑아보면 더 곤란하다. 어떤 책을 중간에 읽다 말았는지, 그만둔 내용이 무엇인지를 보면 내 싫증을 느낄 수 있고, 펴본 티 안나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저 책을 보면 내 허영심을 볼 수 있다. 몇 번씩 봐 낡은 책을 보면 내 생각의 뿌리를 알 수 있고, 색색의 형광펜으로 칠해진 문장을 보면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부끄러워하는지,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내 책장은 당당하게 내보인다.


회사는 직원을 구할 때 자기소개서보다 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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