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나무>, 김진숙
“딸아는 아무래도 쫌 그렇데예. 어짜피 넘 줄끼고.”
이 뿌리 깊고 장구한 역사를 가진 남아 선호 사상. 그만 나도 모르게 눈길이 곱지 않아지면서 볼펜을 딸깍 소리 나게 꺼 버린다. … 노동 해방과 인간 해방을 지향하며 온몸을 바쳐 싸워 온 운동가들에게까지 더러 이 본능이 작용할 때가 있다. (107쪽)
<소금꽃나무>에서 김진숙은 노동자를 미화하지 않는다. 노조 간부로 회사와 몇 개월 동안 투쟁했던 노동자가 남아선호 사상을 은연중에 보이자, 김진숙은 거기에 불만을 보인다.
내편의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가려주고 싶기 마련이다. 글을 쓸 때는 내 편의 약점을 가려주기보다 언급하지 않는 게 편하다. 그런 글에는 정이 안 간다.
김진숙은 노동자의 땀에 절은 유니폼의 아름다움을 신성시하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코를 찌르는 냄새, 툭하면 나오는 거친 욕설, 손톱에 낀 때를 숨기지 않는다.